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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화끈한 미국식 투자 유치

최종수정 2019.03.26 12:05 기사입력 2019.03.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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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무엇보다 조지아주의 '비즈니스 프랜들리(business friendly)'가 마음을 이끌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잭슨카운티 커머스시(市)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착공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이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여러 차례 강조한 말이다. 실제 김 사장이 털어 놓은 조지아주 정부와 잭슨카운티 등 지방 정부의 기업 유치 노력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게으르기 짝이 없는' 미국 공무원들의 행태와는 너무도 달랐다. 그들은 주민들의 일자리가 최소 수천 개 이상 늘어나는 글로벌 제조업체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바쁘게 움직였다.


우선 투자 유치에 따른 인센티브가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야구장 91개가 들어설 수 있는 112만㎡의 넓은 부지를 단 돈 1달러에 20년간 빌려 준 다음 소유권을 아예 넘기는 조건은 국내 어느 지방자치단체의 투자 유치에서도 찾아 볼 수가 없다. '외국 자본에 대한 특혜' 논란을 신경쓸 수밖에 없는 지자체들로서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지 평탄화 비용도 조지아주 정부가 부담했다고 한다. 특히 조지아주는 '퀵 스타트(Quick Start)'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SK이노베이션이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ㆍ공급까지 도맡겠다고 자처했다. 배터리 공장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전문적 소양과 지식, 실습까지 갖춘 인력들을 미리 양성해 SK이노베이션이 조기에 공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었다. 교육 프로그램의 기반을 다 갖춰 놓을 테니 SK이노베이션에선 콘텐츠만 대달라는 등 굉장히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그들이 제시한 교육 프로그램 역시 매우 뛰어나 오히려 국내 및 헝가리 공장 등에 역수입해도 될 정도였다.


김 사장은 특히 주 정부 공무원들의 빠른 일처리를 칭찬했다. 마지막 협상에서 최종 조건을 걸고 "한 시간 안에 결정을 내려 달라"는 통보를 했더니, 시차 등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한 시간 안에 주지사의 OK 사인을 얻어 내 들고 왔더라는 것이다. 김 사장은 "그쪽에서 그렇게 빨리 일처리를 하니 우리도 적극적으로 호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미국에서 한인이 세번째로 많은 지역인 애틀랜타 인근이어서인지 한국 동포 출신 지방 정부 공무원들이 유치 과정에서 맹활약하기도 했단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공장을 세우면서 지역 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는 엄청나다. 주민들은 연평균 최소 5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일자리를 초기 2000개 이상, 향후 5년 새 6000개 이상 얻을 수 있게 됐다고 한다. 현장을 직접 가보니 그 넓은 미국의 땅 중에서 고속도로 주변의 황무지를 그 정도 대가로 내주는 것 치고는 엄청나게 남는 장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SK이노베이션은 또 얼마 전 커머스시 측에 6만달러의 장학금을 기부하는 등 사회적가치(SV)와 경제적가치(EV)를 함께 추구하겠다는 특유의 사회공헌적 기업 활동에도 나섰다. 앞으로 4단계까지 투자를 늘려 SK이노베이션의 '아메리칸 배터리 드림' 실현의 근거지가 될 경우 해당 지역은 첨단 산업의 메카로 거듭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이 국내에 공장을 세웠으면 그 효과가 고스란히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돌아왔을 테지만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최대 격전지에 뛰어 든 그들의 선전을 일단 응원해 본다. 김 사장의 말마따나 국내 경제와의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 배터리 산업은 우리나라에 제2의 반도체가 될 수도 있다. 더불어 우리나라 지방 정부들의 기업 유치에 대한 태도도 떠올랐다. 물론 나름 열심히 하겠지만 인력 공급을 위한 교육프로그램까지 마련하겠다고 나서는 조지아주 정부의 적극성을 좀 더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안 그래도 갈수록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돈 벌기 힘들어 결혼ㆍ출산이 드물어지는 한국 사회다. 인구가 감소하고 급격히 노령화돼 '지방 소멸'의 위기까지 겪고 있다. 이런 위기를 한방에 해결하는 것은 미국 남부의 시골 동네 조지아주 정부가 한 수 보여 주었듯 창의적ㆍ적극적 일자리 창출 정책 뿐일 것이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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