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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사법부의 '법비(法匪)', '법꾸라지'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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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용진 기자] ‘법꾸라지’라는 말이 있다. 법의 헛점을 이용해 나쁜 짓을 하고도 요리조리 빠져 나가는 자를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법비(法匪)’라는 말도 쓴다. 법조계의 도둑놈이란 뜻인데, 의뢰인의 이익이나 공익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제 이익을 챙기기 위해 불의도 마다하지 않는 자를 말한다.

판검사들 사이에서는 기교사법이란 말도 오래 전부터 전해온다. 결론을 내려놓고 법리를 끼워 맞추는 것을 말하는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법을 이용하거나 심지어 왜곡하는 것을 말한다. 법꾸라지든, 법비든, 기교사법이든 법률지식을 악용해 사회를 좀 먹는 고등 사기꾼들을 일컫는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지금까지 법꾸라지라고 하면 주로 검사나 검찰출신 고위 공직자가 연상됐다. 우병우니, 김기춘 같은 이들 때문이다. 하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판사들도 별차이가 없다는데 이견이 없었다. 사법농단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모 판사님은 법원전산망에 글을 올려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한 탄핵을 반대한다’면서 법관탄핵 건의안을 채택한 법관대표회의를 오히려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료판사를 어떻게 탄핵한단 말이냐’면서 무죄추정 원칙이 있고, 사실관계도 확정 안됐으니 탄핵을 거론해서도 안된다고 목청을 높혔던 모양이다. 나아가 법관대표회의가 탄핵을 거론하는 건 삼권분립 위반이라고 사자후를 토했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주장이다. 법률용어로 화려하게 치장을 했지만 내용은 정말 현직판사가 쓴 글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어쩜 일반국민들이 법을 잘모른다고 대놓고 거짓말을 늘어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탄핵이란, 징계의 일종으로 그 직에서 파면될 뿐 형사처벌과는 별개다. 따라서 탄핵소추를 위해서는 고위공직자가 그 직위에서 파면될 정도의 비위를 저질렀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 정도면 족하다. 형사처벌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죄추정 어쩌고 하는 형사사법 원칙이 끼어들 여지는 애초에 없다
또, 우리나라의 탄핵제도는 사법형이어서 국회가 소추를 한 뒤에 별도의 심리절차를 거쳐 헌법재판소가 탄핵여부를 결정한다. 사실관계는 헌재의 탄핵심판 절차를 통해 확정하게 되는 것이지 소추단계에서 확정돼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아울러, 기껏해야 법관회의가 ‘탄핵건의’를 하는 정도 가지고 3권분립 침해 어쩌 고한 것은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이야기다.

이 정도는 법대 1학년생 정도면 아는 이야기다. 그 어렵다는 사법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하신 판사님들이 모를 리 없다. 이 판사님을 앞으로 어떻게 부르게 될지 모르겠지만 법비, 법꾸라지보다 나은 말은 아닐 듯 하다.




장용진 기자 ohngbear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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