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이런 세간의 헛소문은 애당초 숙명여고 시험문제 유출 사건에 대해 교육계와 관계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데서 시작됐다. 사회적으로 내로라하는 저명 인사들이 졸업했다는 명문학교에서 시험부정 의혹이 제기됐는데 학교는 사안을 자꾸 축소하려 하고, 경찰 수사는 두 달 넘게 시간을 끌었다. 서울시교육청은 감사를 하고도 징계를 내릴 직접적인 권한이 없어 마냥 쳐다만 보고 있는데 교육부는 한 술 더떠 수사 결과가 나오면 얘기하자고 뒷짐만 지더니 여태껏 묵묵부답이다. 평소엔 제 목소리 잘 내던 교사단체들도 최근까지 이 사안만큼은 애써 아무런 반성도, 논평도 없이 외면했다.
국어영역이 너무 어려웠다는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두고도 이번엔 "정부가 대입 수시전형 축소ㆍ정시 확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일부러 수능을 아주 어렵게 냈다더라"는 음모론이 나오고 있다. '아이고, 너무들 나가셨네' 싶다가도 문득 멈칫하게 된다. 학생도, 학부모도, 교사들까지 모두 "난도 조절에 실패했다"고 원성이 자자한데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는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정규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따랐다면 풀 수 있도록 출제했다고.
'전국 모든 고등학교의 내신비리를 전수조사하라'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침묵하는 교육당국을 향해 "하나하나 들춰내면 감당 못 할 비리들이 너무 많아 모른 척하려 한다"는 비아냥이 쏟아지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엊그제 한 여론조사에서 정시 확대에 찬성하는 국민이 53.2%, 수시를 확대하자는 의견은 17.9%, 현 제도가 좋다는 응답은 12.8%로 나왔다. 이건 가짜뉴스가 아닌 팩트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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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니는 거 의미 없어" 그만뒀더니…3배 더 ...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