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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국민연금 CIO와 '출사표(出師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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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출사표(出師表)'는 중국 삼국시대 촉(蜀)나라의 재상 제갈공명이 위나라를 토벌하러 떠날 때 임금에게 올린 글이다. 촉한(蜀漢) 개국 황제 유비는 '반드시 북방을 수복하라'는 유언을 남겼는데 제갈량은 이를 받들어 군사를 이끌고 떠나는 날 아침 '만일 북벌이 실패하면 자신을 벌로 다스려달라'며 2대 황제 유선 앞에 나아가 글을 바친다. 이 글은 중국 3대 명문으로 꼽힌다. 나라의 운명과 자신의 목숨을 걸고 쓴 이 글을 보고 울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라는 말까지 전해진다.

우리 역사에도 제갈공명이 쓴 출사표 못지 않은 글이 있다. '금신전선 상유십이(今臣戰船 尙有十二)'로 요약되는 이순신 장군의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이다. 이름은 상소문이지만 수군을 폐지하고 육군에 의지해 싸우라는 조정의 수군 철폐령에 목숨을 걸고 맞선 비장한 출사표였다. '지금 신에게는 아직도 전선이 12척이 남아 있으니, 신이 죽지 않은 한 적도 감히 우리를 업신여기지 못할 것'이라는 장계를 올린 사흘 후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배를 이끌고 출정해 명량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민연금의 신임 기금운용본부장(CIO)이 선출됐다. 국민연금 CIO는 그 책임과 권한이 막강한 자리다. 640조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규모에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CIO가 방문하면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 굴지의 투자은행(IB) 회장조차 소위 '버선발'로 뛰쳐 나와 영접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이 같은 매력적인 타이틀을 갖고 있음에도 CIO 인선은 갖은 난항을 겪으며 15개월 간 공석으로 남았었다. 진통 끝에 안효준 전 BNK금융지주 글로벌총괄부문 사장이 신임 CIO로 선출됐지만 앞으로 그가 풀어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수익률 제고다. 국민연금은 올해 운용수익률이 부진하면서 업계 안팎으로 비판을 받았다. 올 들어 지난 7월 말까지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1.39%로 연간 수익률 7.26%와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국내 주식에서만 -7%대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기금운용본부 조직 안정 및 독립성 강화와 함께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의사결권 행사 지침) 도입과 기금운용위원회 상설화에 따른 변화에도 적응해야 한다.

안 신임 CIO는 취임사를 통해 "역할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면서 "고착화하고 있는 저금리, 저성장 기조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기금운영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투자기회를 발굴하는 데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이것이 일반적인 취임사가 아니라 현 시대상을 반영한 출사표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한 가지만 잊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연금이 2200만명에 이르는 국민의 연금을 관리하는 공적인 기관이라는 점. 그게 전부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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