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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쓰레기' 댓글러들을 청소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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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댓글'은 21세기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등장한 '기술 민주주의'의 총아였다. 미디어들이 쏟아 낸 일방통행식 기사에 억눌려 살던 시민들은 댓글을 통해 '쌍방향식'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있다. 다양한 여론의 흐름을 알 수 있게 해줬다. 기자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댓글을 꼼꼼히 살펴볼 때도 많다. 핵심 포인트를 짚어주거나 심지어 추가 사실 제보를 건질 때도 있다. 후속 보도나 기사를 기획할 때 도움을 받을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 권력이나 자본이 아무리 공을 들여 여론을 이끌어 가려고 해도 댓글러들의 '집단지성'에는 통하지 않는다. 댓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함께 사이버가 더 이상 사이버가 아닌 21세기 현대 사회의 여론을 이끌어가는 주축이 됐다.

그러나 요즘 댓글 문화는 심각성이 크다. 과연 이렇게 악취나는 쓰레기통을 민주주의 활성화라는 장점 하나 때문에 존속시켜야 하나 라는 회의감이 들 정도다.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울 정도의 싸구려 저질 댓글들이 넘쳐난다. 댓글이 아니었다면 뒷골목 낙서나 선술집에서 잔뜩 술을 마신 취객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들이다. 예컨대 최근 전남 강진에서 발생한 여고생 실종 사건과 관련해, 여고생이 시신으로 발견됐다는 기사에는 고인의 몸무게를 거론하는 댓글이 달린다. 필리핀에서 현지인 가이드에게 성추행 당한 9살 여아의 사건이 담긴 기사엔 자신의 변태적 성욕을 충족시키려 하는 듯한 댓글들도 있다.
특히 부모가 관리를 잘못했다는 식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훈계조로 비난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는 관광버스에 동료 아이들 여럿이 함께 남아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부모를 탓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소중한 자식이 참혹한 일을 당해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부모들에게는 잔인한 폭력이다. 심지어 댓글을 왜곡시켜 여론을 자기 편인 양 호도해 그것을 무기로 출세나 돈벌이를 하려는 자들마저 생겨났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댓글부대'를 운용했다는 옛 야권, 드루킹 일당 등이다. 이들은 아주 초보적인 인터넷 기술로 댓글부대를 운용해 우리 사회의 주요 의사결정 과정인 선거를 좌우하려 했고, 일부 성공하기도 한 것 같다. 댓글의 부작용을 보여주는 최극단의 사례다.

무엇이든 동전의 양면처럼 장단점이 있기 마련이다. 댓글은 특히 그렇다. 집단지성을 통한 민주주의의 활성화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익명성 보장이라는 방패 뒤에 온갖 변태적 욕구ㆍ패륜ㆍ저질ㆍ삐뚤어진 패배주의ㆍ피해 의식ㆍ선입견ㆍ조롱 등 그야말로 감정의 쓰레기들이 집약된 사회의 하수구라는 단점도 명백하다. 우리나라는 주요 포털이 본연의 임무와 역할보다는 뉴스에 달리는 댓글로 먹고 살려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부정적 문화를 조장ㆍ방치하는 바람에 '하수구의 악취'가 유독 심하다.

우리 사회는 과연 댓글의 어느 것을 취하고 어떤 것을 버려야 할까. 정말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시기가 됐다. 앞으로 점점 더 복잡해지고 첨단 기술이 발달해 '사이버'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기 전에, 댓글 아니 삐뚤어진 댓글 문화와 댓글러들의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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