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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차 한 잔 대접받는게 부끄러운 중기부 ‘명예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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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벤처기업부 ‘2018년 명예서약서’…기존 ‘청렴·공직윤리 실천 서약’ 보다 강화


[아시아경제 김대섭 중기벤처부 차장] 사마의(司馬懿).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의 정치가이자 권신이다. 위나라의 통치자를 보좌하며 경제, 사회, 군사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삼국지(三國志)'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몇 달 전부터 책사 사마의를 조명한 중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있다. 사마의가 '명예(名譽)'를 위해 인내하고, '대의(大義)'를 위해 신중하게 차근차근 국정을 펼치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여러모로 유익한 점이 많다. 배우고, 반성하고, 새로운 의지를 다지게 된다.
특히 명예라는 단어가 가진 의미를 더 생각하게 만든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세상에서 훌륭하다고 인정되는 이름이나 자랑 또는 그런 존엄이나 품위', '(관직이나 지위를 나타내는 명사 앞에 쓰여) 어떤 사람의 공로나 권위를 높이 기리어 특별히 수여하는 칭호'를 명예라고 정의한다.

명예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기던 차에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들어 직원들에게 '명예서약서'를 나눠줬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산하기관에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부 명예서약 내용이 참 흥미롭다. '나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랑스러운 공무원으로서 차 한 잔 대접받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청렴한 공직자가 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서약합니다'.

물론 중소기업청 시절에도 '청렴ㆍ공직윤리 실천 서약서'가 있었다. '나는 중소기업청 공무원으로서 공직사회의 관행적 부패를 척결하고, 공정한 중소기업 행정을 구현하는데 모범이 될 것을 다짐하면서 다음과 같이 서약한다'라는 문구를 담았다.
하지만 이번 명예서약서는 느낌이 좀 색다르다. 정부기관과 협회, 중소기업 대표로 일하고 있는 몇몇 지인들에게 문구만을 따로 보내봤다. 정부기관의 명예서약서라는 것은 알리지 않았다. '공무원'이란 표현은 '조직원'으로 바꿨다. 이에 대한 반응도 매우 흥미롭다.

'무슨 조직인데 이런 것을 쓰라고 하는지', '유치하다. 문구 수준도 좀 그렇다. 누가 웃자고 만든 건 아닌지', '정치인이 만든 것 같다', '직원들에게 시키는 것으로 대리만족이 되는 것 아닌지'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특히 '차 한 잔 대접받는 것을 부끄러워하는'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는 게 공통된 반응이었다. '서약서 작성을 강제한다면 내용을 떠나서 그게 문제일 듯 하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중기부의 한 공무원은 이러한 명예서약에 대해 과거 중기청 때보다 내용이 강화된 것이라고 전했다.

중기부의 명예서약은 분위기 쇄신 차원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국민에게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청렴한 근무 자세를 확립하겠다는 의지는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직원들에 대한 믿음이나 소통 면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명예서약서를 만든 사람에게 사마의 드라마를 보라고 권하고 싶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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