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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학교 미세먼지 대책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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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미세먼지가 '나쁨' 수준이었던 3월의 어느 주말, 동네에 유일하다시피한 '키즈카페'는 꼬마 손님과 부모들로 인산인해였다. 멀쩡한 놀이터를 두고도 차마 밖에서 뛰어놀게 할 순 없어 엄마들은 이미 만원인 실내놀이터에 또다시 꾸역꾸역 아이들을 몰아넣었다. 곳곳에 놓인 공기청정기가 빨간불이 켜진 채 쉴새 없이 돌아가는 동안 아이는 2시간에 1만4000원을 내고 땀을 뻘뻘 흘리며 신나게 놀았다. 아이들이 내뿜는 열기에 부모들의 한숨까지 섞인 실내놀이터의 공기, 그리고 미세먼지로 뒤덮인 바깥 공기 중 어느 쪽이 더 나쁜 상태인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미세먼지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학부모들이 대책을 요구하고 나서자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들이 우선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모든 교실에 공기청정기를 들여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교육부가 2020년까지 공기정화장치 설치에 약 2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데 이어 서울시교육청도 3년간 463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기청정기 구입과 저학년 교실의 청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지적하는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 학교에선 이미 몇년 전 들여놓은 공기청정기가 있지만 작동시키지 않은지 오래다. 한 번도 필터를 갈지 않아 차라리 안 켜는게 낫다는데, 지난해까지 공기청정기 구입 예산은 있어도 필터를 교체하는 예산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교직원은 "전기료 많이 나온다며 에어컨도 아껴서 틀어주는데 하루 종일 돌려야 하는 공기청정기가 웬말이냐"고 비아냥대고, 한 남자 고등학생은 "중ㆍ고등학교 교실은 왜 설치 대상에서 빠졌느냐. 공기청정기 틀어봤자 교실안 먼지도 만만치 않은데 차라리 청소기나 한 대 놔달라"고 꼬집었다.

좁은 교실에 많은 학생들이 모여 지내는 학교 환경의 특성상 일반 가정용 공기청정기는 맞지 않는데, 그렇다고 학교에 적합한 공기청정기의 용량이나 성능 기준이 마련된 것도 아니다. 교육당국도 "학교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많지만 학교 현장에 적합한 공기정화장치를 선정하긴 어렵다"고 토로한다. 학교용 공기청정기는 아직 기술 개발중에 있고 학교 공기청정기 성능 인증제도도 이제 막 시작 단계다. 이 틈에 학부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특정 상품, 특정 모델을 콕 집어 '이 제품이 효과가 좋다니 학교에 설치를 요구하자'는 광고로 보이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미세먼지를 뚫고 등교를 하느니 차라리 학교를 안 보내겠다는 부모들 마음도, 당장 미세먼지를 어쩌지 못하면 공기청정기든 공기정화장치든 뭐라도 돌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다급한 목소리도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과거 학교 현장에서 급하게 예산을 들여 추진한 사업들 가운데 문제가 된 일들이 한둘이 아닌데, 한번 구입하면 10년 가까이 쓰게 되고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에 명확한 기준도, 후속 관리대책도 없다는 건 상당히 찜찜한 일이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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