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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새 서울시장의 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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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시장이 되겠다"

2011년 10월 첫 취임한 박원순 서울시장의 일성이었다. 시민들의 삶은 내팽개친 채 치적을 위해 거대한 토목 사업에 몰두했던 전임 시장들의 과오를 또 다시 범하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그로부터 6년여가 흘렀다. 박원순 시정의 가장 큰 특징은 세심함이다.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자신이 구상한 정책과 민원, 각종 현안을 꼼꼼히 챙겼다.
단순히 업무 스타일 뿐만 아니다. 평가가 엇갈릴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제대로 실천됐다. 대표적 치적이나 눈에 띄는 커다란 성과물은 없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간 특히 최근 10년간 경쟁과 효율성만 강조하다보니 사람과 온 산하가 상처 투성이였던 서울이 치유되기 시작했다. 서울역 인근 화장실에서 노숙자가 동사하자 '내 임기 중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인 겨울철 보호 대책을 실천해 결국 최근 몇년 새 노숙자 동사는 사라졌다. 사회적으로 가장 약자 중 하나인 철거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겨울철 철거 금지 원칙을 실천했다. 청년들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와의 싸움을 마다 않고 청년수당을 실시해 결국 전국으로 확산시켰다.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던가. '아무것도 안 한' 박 시장의 시정이 물처럼 서울 시민들의 마음 속에 스며 들어가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독거려 온 6년의 세월이었다. 최근 만난 한 서울시 한 공무원은 "박 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한 지지도가 60%대를 넘는 것은 세심한 시정으로 서민들이 '박원순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12일 3선 도전 선언을 계기로 차기 서울시장 선거가 본격화됐다. 여당 내 박원순ㆍ박영선ㆍ우상호 후보간 3파전의 결과가 주목된다. 자유한국당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바른미래당은 안철수 인재영입위원장, 정의당에선 김종민ㆍ정호선 후보가 경선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향후 두 달간 서울의 미래를 책임질 적임자가 누구인지 경쟁하게 될 것이다. 누가 됐던 차기 서울시장의 어깨는 무겁다. 한국 사회는 지금 미세먼지 문제, 재활용 쓰레기 배출 대란, 극심한 세대 갈등, 초고령화ㆍ저출산 사회 등 수십년간 누적된 상처로 온 국민들과 강산이 곪아 터지기 직전이다. 긍정적으로 보면 촛불시위로 30년 만에 맞이한 대변혁기다.

새 서울시장은 활발한 자치행정으로 시민들과 함께 이같은 사회 현안들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1980년대 수준에서 정신적 성장이 멈춰 버린 이들은 곤란하다. '신인류'로 등장한 20∼30대 젊은 세대들이 한국 사회를 더 이상 '헬조선'으로 여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의 관행과 관성적 사고방식은 몽땅 다 버리자. 정밀한 설계와 세심한 배려, 구조적인 해법, 다양한 수요에 대응한 '다품종 소량식' 맞춤 행정, 인공지능형 유연한 행정 등 필요하다. 무엇보다 돈이나 토목이 아닌 시민이 행복한 삶을 꾸리도록 도와주는 자치행정을 펼쳐야 한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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