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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대통령의 뚝심, 진심 그리고 선심(善心)

최종수정 2018.03.08 10:55 기사입력 2018.03.07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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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특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한 직후 쓴 칼럼에서 나는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예정대로 4월에 진행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6일 발표한 방북 결과는 내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정 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이 북측은 평창올림픽을 위해서 연기된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 오는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이런 예측을 담은 칼럼(‘운명’을 통해 본 남북정상회담의 운명)이 나갔던 지난달 13일만 해도 남북 대화 국면을 지속시키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의 규모가 줄어들거나 연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도 공개석상에서 훈련 규모 축소나 연기를 주장했다. 일반적인 관측과 달리 한미연합훈련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유는 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서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운명'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의 신뢰를 얻고 6자회담의 틀을 마련하기 위해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는 내용이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해 문 대통령이 ‘고통스러운 결정’이라고 표현했던 이라크 파병도 했는데 그 동안 해 오던 한미연합훈련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 김정은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양보를 한 것은 한미 공조의 틀을 깨서는 안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문 대통령의 ‘뚝심’이 통한 결과라고 본다.

한미연합훈련 외에도 대북 특사단이 발표한 방북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는 내용이 많다.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측했지만 판문점, 그것도 남측 구역인 ‘평화의 집’에서 열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김일성이 ‘김씨 왕조’를 건설한 이래 북한 최고지도자로는 3대(代) 만에 처음으로 김정은이 남한 땅을 밟게 된다. 김정은은 비핵화를 북미대화의 의제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점도 파격적이다.

김정은이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통 큰’ 결단을 한 것은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을 일관되게 주장한 문 대통령의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정 실장이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다”고 말한 것은 외교관 출신의 외교적 수사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대북 특사단은 김정은으로부터 많은 선물을 받아서 챙겨 왔다. 3차 정상회담은 우리가 선물을 줘야 할 차례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김정은이 남한에 선물 보따리를 안겨 주기 위해 판문점까지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 대통령의 선한 성정(性情)을 봤을 때 김정은을 빈손으로 돌려보내지는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의 선심(善心)을 김정은이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한반도의 봄이 4월말 판문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정치부 차장>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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