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재판', '마녀사냥' 등의 반대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황당한 청원도 많다. 통근 기차가 수시로 멈춘다, 회사서 부당하게 해고 됐다는 개인 민원부터 초중고에 페미니즘 교육을 의무화 해달라는 청원도 있다.
답변을 맡은 정혜승 청와대 뉴미디어비서관은 "청원에서 드러난 국민의 뜻이 가볍지 않은 만큼 모든 국가권력기관들이 그 뜻을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대법원 판결이 남은 상황에서 여론재판을 주문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이번 재판 결과를 놓고 정치권에서도 뜨거운 공방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의 이 같은 답변은 논란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어느 정도의 대표성을 갖고 있을까 하는 점이다. 국민청원에서 청와대의 답변 기준은 30일 이내 20만명 이상의 서명과 국정 현안으로 분류된 청원이다. 일단 요건은 충족됐다. 한달도 채 안돼 25만명이 서명했고 현 정부 최대의 국정 현안인 '국정 농단' 사태의 주요 재판 중 하나인 만큼 답변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25만명의 서명은 모든 국가권력기관들이 그 뜻을 경청해야 하는 다수의 여론인가 하는 문제를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중복가입자를 고려한다면 약 1500만명 정도가 국민청원에 의견을 낼 수 있는 사람들로 볼 수 있다. 국민청원 답변의 기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주요 SNS 서비스를 매번 활발하게 사용하는 사람 1500만명 중 20만명. 환산하면 1% 정도의 의견이다.
SNS를 사용하는 사람 중 '국민청원'과 관련해 잘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해당 청원에는 동조하지만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드러난 숫자만으로 '국민의 뜻이 가볍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성급하다. 여자 빙상 선수들과 관련한 청원은 전체 SNS를 활발히 이용하는 사람 중 약 3.7%의 의견에 불과하다.
청와대가 국민청원 서비스를 시작한 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는 "깊은 논의가 필요한 이슈를 즉흥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아 차분한 숙의 과정을 건너뛰게 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곱씹어 봐야 하는 대목이다. 1%, 3%의 의견도 중요하다. 다만 그것이 국민정서의 바로미터라 판단하고 즉흥적 답변을 할 경우 직접민주주의의 부작용만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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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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