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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평창올림픽 뒤에 올 백척간두의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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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한국 사회에선 약 30년을 주기로 사회적인 큰 변화를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난다. 1960∼1961년엔 4.19혁명ㆍ5.16군사정변, 1987년엔 6월 민주항쟁, 2016∼2017년 촛불시민혁명이 일어났다. 6월 항쟁 당시 중ㆍ고등학교 시절이었지만 사회적으로 뭔가 거대한 흐름을 느꼈었다. 옆집 아저씨가 어느 날 며칠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중에 들어보니 회사에 노조가 만들어져 며칠간 파업을 했던 모양이었다. "노조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안 된다"던 '왕 회장'이 운영하던 계열사였다.

어느 날엔 역 앞에 갔더니 난데없는 매캐한 연기로 따갑고 괴로워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알고 보니 최루탄 냄새였다. 그 후로 한동안 뉴스를 틀면 데모와 노조 얘기만 나왔다. 그렇게 1987년이 지나고 1988년 서울올림픽을 전후해 사회는 무섭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멀리 유럽에선 구소련이 붕괴돼 현실 사회주의가 실패의 종언을 고했다. 1992년 대선에선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돼 군사 독재는 중단되고 '문민 통치'가 시작됐다. '오렌지족', 'X세대' 등의 말이 나돌았다. 대중 문화도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으로 일종의 버전 업이 이뤄졌다. 보수 정권이지만 북방 정책을 내세운 노태우ㆍ김영삼 시절이라 남북 관계도 개선됐다.
2018년 한국은 공교롭게도 1980년대 후반과 너무도 흡사하다. 촛불시민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된 직후 평창동계올림픽이 치러지고 있다. 사회가 빠른 속도로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최근 불고 있는 미투(#Me too) 선언 열기 등 페미니즘의 확산과 온갖 '갑질' 철폐, 비정규직 정규직화ㆍ최저임금 인상ㆍ재벌 개혁 등 경제 민주화는 우리가 형식적 틀만 갖춰 놨던 민주주의의 속을 채워주고 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 화해의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예상대로 북은 문재인 대통령 방북 초청이라는 최대의 카드를 던졌다. 문 대통령은 "여건을 마련해 성사시켜 보자"고 화답했다.

문제는 올림픽 이후다. 우리나라는 북한ㆍ미국 양측을 상대로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끌고 나와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북한이 과연 핵ㆍ미사일 동결 선언 등 일정한 양보를 하려고 할까? 이미 다 완성해 놓았다고 선언한 '핵 무력'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도 대화ㆍ도발ㆍ평화공세를 반복해 온 북한에 대한 불신 때문에 협상의 장에 나오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그대로 놔뒀다 간 민족의 운명이 위태롭다. 미국 내에서 제한적 대북 폭격(코피 터뜨리기ㆍBloody nose strike)이 또 다시 거론되는 등 정세가 극히 위중하다.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 내려 온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향해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라"고 말했다. 너무도 '머나먼 일'이다. 실제 정세는 그런 말을 주고받을 정도로 녹록지 않다. 올림픽이란 잔치를 가운데 두고 등 뒤에 이빨을 감춘 북ㆍ미가 으르렁대며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 눈에 훤하다. 이제 우리 정부는 혼신을 다해 북ㆍ미를 설득해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야 한다. 서로 납득할 만한 합의점을 찾아내 북핵ㆍ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 체제를 안착시켜야 한다. 우리 민족에겐 통일보다 당장 평화의 확보가 더 시급하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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