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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정현 인터뷰가 부러운 학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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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한국 선수 최초로 22살 청년 정현이 테니스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4강에 진출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그날, 사람들은 테니스 실력 만큼이나 출중한 그의 영어 인터뷰에 또 한번 흥분했다. 특히 아직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에게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거침 없이 유쾌하기까지 한 정현의 영어 실력은 부러움을 넘어 '신선한 충격'이었다.

"큰 물에서 놀려면 역시 영어를 잘해야 하나 봐요." 곧바로 한 주부 인터넷 커뮤니티(맘카페)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자기 분야에서 완벽한 실력을 갖추는 게 가장 기본이지만 거기에 유창한 영어까지 가능하면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이는데 한 몫을 한다는 게 글의 요지였다. "실력만 있으면 외국어는 통역을 하면 된다"는 반론도 나왔지만, 처음 글쓴이는 "가수 싸이도 갑자기 찾아온 폭풍 인기에 미국 방송국마다 인터뷰가 가능했기에 이름을 알리며 세계적인 스타가 됐고, 방탄소년단도 영어를 잘하는 멤버가 없었다면 저렇게 여러 번 미국 TV나 라디오에 나와 공연할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엄마들의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이내 우리네 영어 교육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제발 학교에서 문법 가르쳐서 아이들이 영어에 질리게 하지 말고 말할 줄 아는 영어를 가르쳤으면 좋겠어요." "지금 학교 영어는 회화와는 완전히 역행하는 수업이라고요." "30년 전 내가 했던 공부가 아이 문제 풀 때 아직도 변함 없이 통하다니… 학교영어는 영어가 아니라, 써먹지도 못할 이상한 과목이에요."

'성문종합영어'와 '토익만점' 책을 손때가 타도록 공부하고도 막상 외국인 앞에선 입이 잘 떨어지지 않던 이 40대 부모들은 자녀에게 이미 파닉스 교재다, 영어유치원이다, 쫓아다니며 열심히 영어를 가르쳐 온 세대였다. 하지만 그들의 자녀 역시 대학입시 문턱에서는 여전히 문법 책을 펼쳐 들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결국 이 온라인상의 논쟁은 최근 뜨거운 감자가 된 '초등 1ㆍ2학년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와 '유치원ㆍ어린이집 영어특활 금지' 논란으로 옮겨붙었다. "돈 있는 집 애들만 영어에 능통할 수 있는 환경이 현재 우리나라 실정인데, 누구나 영어를 초등학교 이전부터 접하고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죠." "영어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공부가 아닌 영어가 수단이 돼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교육이 돼야 해요." "영어 과열 잡는다고 학교에서 영어 금지시키면 교육의 빈부격차만 더 벌어질껄요?"
이낙연 국무총리는 29일 연초 업무보고의 마지막 날 "학생과 학부모와 교육 현장의 관계자들에 민감한 영향을 주거나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책은 조금 천천히 가도 좋으니 더 신중히 접근하자"고 말했다. 최근 교육부의 여러 정책이 잇따라 논란을 야기한 상황을 지적한건데, 여기에는 물론 유치원ㆍ어린이집 영어 금지 논란도 포함된다.

이 총리는 또 우리 문화와 한류의 확산이 중요하다며 "가수 싸이 이후에 다시 세계 청소년들을 열광시킨 방탄소년단, 테니스를 넘어 인간으로서도 세계를 매료한 정현 선수 등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이 한류 스타들이 모두 맘카페 엄마들이 지목한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스타들'이었던 건 우연일까?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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