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나온 게 '지속 가능한 번영'이다. 가능한 한 자원을 아끼고 절약하며, 공해가 없고 재생이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인류의 이같은 번영을 조금이나마 더 지속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을 만들어 내고 멀리 화성 탐사도 가는 현생 인류의 보편적 목표다. 멀리 후손들을 내다 보더라도 지구라는 한정된 공간ㆍ자원을 보전해 주려면 그 방법 밖에 없다. 영화 '마션'의 주인공처럼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해 먹고 살 수 있게 된다면 얘기가 달라질 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러나 현실은 99%의 불참으로 나타났다. 사전의 충분한 준비나 홍보없이 갑작스럽게 시행한 측면을 감안해도 참가율이 너무 낮았다. 모두들 미세먼지 경보에 따른 차량 2부제를 무시하고 자가용을 몰고 나왔다. 그러면서 "몰랐다", "불편한 걸 어쩌냐", "중국발이 대부분이라던데", "공무원들도 안 지키더라"는 등의 변명을 늘어 놓는다.
갈수록 강해지는 이기주의가 엿보인다.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다. 조금의 불편을 겪더라도, 개인의 최소한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게 '지속 가능한 번영'이라는 점에서 한국인들의 이번 대응은 빵점이다. 뿐만 아니라 가상통화 논란, 평창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최저임금 시행 등에서도 눈 앞의 이익만 볼 줄 아는 이들과 정치적 이유로 이를 부추기는 세력들로 인해 혼미스러운 형국이 펼쳐지고 있다. 촛불 집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정부가 들어섰고 적폐 청산 등 변화가 시작됐지만, 겉모습일 뿐이다.
니체는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인간의 정신적 성장 단계를 '낙타', '사자', '어린아이'에 비유했다. 주체 의식없이 노예처럼 주어진 의무만 묵묵히 수행하는 낙타, 자아를 깨닫고 스스로 의지를 갖는 사자, 일을 즐기며 창의적으로 해내는 어린아이. 한국인의 정신적 단계는 지금 그 어디 쯤 와 있을까? 뿌옇게 낀 미세먼지만큼이나 답답한 세상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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