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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가상화폐 규제, 제2·제3의 비트코인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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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관련 업계는 '암호화폐'라고 부른다. 하지만 언론은 '가상화폐'라고 쓴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가상통화'라고 하더니 최근 법무부는 통화로도 볼 수 없다며 '가상증표'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만들었다. 이처럼 용어 하나 정리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최근 '가상 화폐 거래 금지 특별법'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아예 거래를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같은 날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박 장관의 발언은 법무부가 준비해온 방안 중 하나지만 확정된 것은 아니고, 각 부처간 논의를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은 '가상화폐=바다이야기'라는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놓고 연일 시끄럽다. 유 작가는 실체가 불분명한 '가상화폐'에 젊은층들의 광적인 투자가 집중되며 가상화폐는 사기, 최근의 투기 행렬은 '바다이야기'를 연상케 한다고 발언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국민을 바보취급한다"며 맹비난했다.

금융 당국은 특별법 시행전이라도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불법행위가 드러나면 즉각 은행거래를 중지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일부 거래소를 수사중이고 국세청도 관련 업체 세무조사에 나섰다.

국회 한쪽에서는 가상화폐 규제에 나선 정부를 비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다른 한쪽은 늦은 만큼 신속하고 강한 규제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정책적 대응 보다는 정치적 대응논리만 제시되고 있다. 법무부 발언을 고작 몇 시간 만에 뒤집은 청와대나 국회서 벌어지는 갑론을박 모두 다분히 지방선거를 앞둔 행보로 밖에 볼 수 없다. 규제를 하자니 반대를 무시할 수 없고 그냥 두자니 투기를 키우는 모양새가 됐다.
부처마다 용어도 통일하지 못하며 혼란만 거듭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계 기관마다 제각기 규제에 나서며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는 형국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 규모는 하루 약 4조~6조원에 달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란 말이 꼭 들어맞는다. 이미 늦었다.

비트코인은 이미 5년전인 2013년부터 중국에 대형 채굴업체가 등장하며 국제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중국은 즉각 가상화폐 결제를 금지했다. 일본은 규제 대신 관리를 택했다. 유럽은 화폐와 통화 수단으로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미국은 최근 선물 시장에서 가상화폐를 거래하기 시작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일찌감치 가상화폐의 개념을 정립하고 규제나 관리 체계를 갖췄지만 우리나라는 변화에 순응하는 대신 무시로 일관해 온 결과다.

청년실업 문제까지 겹치며 20~30대가 투기에 몰두하는 결과를 빚게 됐다. 일대신 PC방에서 밤새 가상화폐 시세만 쳐다보는 것이 주유소나 편의점에서 지난해 보다 16% 오른 7530원의 시급을 받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본질은 살피지 않고 무작정 시장만 틀어쥐려고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식의 규제라면 제2, 제3의 가상화폐 사태가 벌어지면 투기 속도는 더 빨라진다. 너도 나도 가상화폐로 성공한 사람들만의 얘기를 듣고 투자에 뛰어든다. 다음에는 정부가 손을 대기 전에 더 빨리 투자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 수 밖에 없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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