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통된 대화주제는 부동산이다. 옆 테이블에서 전해지는 소리중 열의 일곱은 부동산 관련 대화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는데, 부동산 투자를 하는 게 맞느냐", "투자를 하려는 데, 막차를 탄 게 아니냐." 대충 이런 얘기다.
얼마 전 점심식사를 함께한 시중은행 한 팀장은 "사내에서도 누가 부동산 투자로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나는 뭐하고 있나' 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라며 한숨을 쉬었다.
시장에서는 정부의 규제에 둔감하게 반응한다. 지난해에도 수차례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뛰어 오르는 집값을 잡지 못했다. 정부는 지난해 8ㆍ2 부동산 대책을 발표 당시 강화된 대출 규제에다 새해부터 입주 물량이 풍부할 것으로 판단해 서울 집값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올해 초부터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1월 첫 주 서울 아파트 값 상승률(0.33%)은 1월 첫째주 상승률로는 2002년 0.59%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남ㆍ서초ㆍ송파구 등 강남 3구 주요 아파트는 지난 일주일 새 1억원 이상 오르는 등 매물 품귀 현상 속에 호가도 상승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이 역시 믿지 않고 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감안할 때 조기 인상은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정치권과 정부 내부에서 함께 나오고 있어서다. 여기에 종부세 인상에 대한 저항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전 규제 처럼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이명박 정부에서도, 박근혜 정부에서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정권 초기, 민심을 겨냥해 한결같이 집값을 잡겠다고 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시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은 채 섣부른 정책을 내놓으면서 집값도 민심도 잡지 못한 것이다. 현 정부 역시 규제 카드를 남발하기 전에 시장을 먼저 깊이 들여다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책상에 앉아 당국자끼리 규제를 논의하는 것 보다 점심시간에 여의도나 명동에 나와 직장인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더 나을 것이다. 그들이 원하는 게 진정 규제인지.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하겐다즈 맘껏 먹었다…'1만8000원 냉동식품 뷔페'... 마스크영역<ⓒ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