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2일 규모 5.8의 경주 지진이 발생한 직후 국민안전처(현 행정안전부) 한 간부 공무원에게서 들은 말이다. 지진은 공포스러운 재난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이름 뿐'이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큰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년여 만인 지난 15일 포항에서 또 다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해 막대한 피해를 입히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비록 아직 사망자는 없지만 80여명이 중ㆍ경상을 입었다. 주로 낙하물에 의한 피해였다. 주택 5100여채가 부서지고 학교 230여곳이 파손돼 사상 최초로 수능 시험이 연기되는 등 파문이 크다.
포항 지역 주민들은 20일 오전 현재까지 58차례의 땅 흔들림으로 공포에 떨고 있다. 지질 일부가 물에 섞이면서 진동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액상화 현상까지 발견됐다. 강한 여진이 발생할 경우 포항 흥해읍 지역 일대에 더 큰 피해가 닥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또 건축업계의 부실 시공ㆍ설계 문제도 심각하다. 이번 지진으로 인한 피해 현장 사진 중 국민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사진 중 하나는 필로티 형태로 지어진 빌라의 부서진 기둥을 보여준 장면이었다. 필라티 구조라는 기본적 한계 외에도 부실 설계ㆍ시공의 흔적이 역력했다.
건축업계엔 오랫동안 '허가방'이라는 암적인 존재가 자리잡아 왔다. 정밀한 구조 안전 계산도 없이 설계도만 복사하듯 찍어내고, 법과 제도의 한계를 교묘히 피해 건축허가를 받아 주는 곳들이 수두룩하다. 퇴직공무원이 건축사 자격증을 빌려 영업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 '허가방'들은 뇌물ㆍ비리의 온상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안전과 난개발 등 악영향이 크다.
지진은 이처럼 '기초 토대'가 부실한 한국 사회를 뿌리 채 흔들어놨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는 명확하다. 내 집, 내 건물 설계ㆍ시공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정부도 일이 터지면 거액의 예산이 대책을 나열하고, 곧 유야무야 했던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고, 그것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국가의 존재 이유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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