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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유치원생은 볼모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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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패인 중 하나는 사립유치원 지지 발언이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대형 단설유치원 신설을 자제하겠다"였는데 이 때문에 상승가도를 달리던 안 후보의 지지율에 제동이 걸렸고, 이후 문재인 당시 후보와의 격차가 벌어지는 분기점이 됐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모인 자리였기 때문에, 혹은 단순히 '단설'과 '병설'이라는 용어를 헷갈려서 나온 실수였다기엔 국민들의 반감이 너무 컸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는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 표심까지 돌아서게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금 우리 사회에서 유아 공교육과 보육이 얼마나 절실한지, 학부모들이 얼마나 사립유치원을 불신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내 준 사건이었다.
사립유치원들이 재정지원 확대와 국공립유치원 확대에 반대하며 집단휴업을 강행하겠다고 예고하자 이젠 여론이 먼저 등을 돌리고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선 "오죽하면 휴업을 강행하겠느냐" 하는 이해보다는 "유치원 쉬는 날짜만큼 원비를 반납하라", "이렇게 무책임하게 휴업한다는 사립유치원은 불안하다, 차라리 국공립을 늘려라" 하는 불만이 터져나온다. 일부 사립유치원이 아이들 편에 휴업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보내 학부모들의 서명을 요구하자 용감하게(?) 사인 하지 않고 되돌려보냈다는 이들도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 맡긴 죄로 무조건 유치원이 하자는 대로 따라왔는데 이번 기회에 학부모들도 한데 뭉쳐 반대집회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올라오자, 마침 한 학부모단체가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은 정부를 압박하려는 수준을 넘어서 선택권이 없는 부모들을 인질로 삼은 협박이다"며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나섰다.

교육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목소리로 휴업에 참여하는 유치원을 우선감사 대상으로 삼고, 원아 수 감축 등 강력한 제재를 추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사립유치원들의 고충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출산율 저하로 존폐 기로에 놓인 유치원들이 생존권 보장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겠다는 것도 막을 수만은 없다. 하지만 "국공립은 원아당 지원금이 98만원인데 사립 누리과정은 22만원만 받는다"는 일방적인 주장으로 학부모들을 호도하거나 "유치원은 사유재산"이라며 감사를 거부하는 행태는 반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사립유치원들은 지난해 6월에도 대규모 집단휴원을 결의했다 전날에서야 철회한 적이 있다. 이번에도 휴업을 강행하기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여론이 등을 돌린 집단행동은 불신만 더욱 깊게 할 뿐이다.


조인경 사회부 차장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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