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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적폐청산, '정권 눈치보기'부터

최종수정 2017.07.20 11:46 기사입력 2017.07.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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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희종 기자]요즘은 세상이 하도 금방 바뀌어 내가 살던 나라가 1년 전의 그 나라가 맞나 싶을 정도다.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 외쳐도 꿈쩍 않던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아침에 입장이 바뀌고 있다. 그럴 때마다 참 "대통령이 무섭긴 무섭구나"라는 걸 실감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우표 철회가 좋은 사례다. 우정사업본부는 지난 12일 우표발행심의위원회를 열고 올해 9월로 예정했던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우표' 발행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는 구미시의 요청에 의해 추진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지난해 5월 우표발행심의위원회는 참석자 9명의 만장일치로 박 전 대통령 우표 발생을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진보 단체와 야권에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판이 거셌으나 우정사업본부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발행 의지를 거두지 않았다. 우표발행심의위원회 명단 공개조차 거부했다. 외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였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자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우정사업본부는 '우표류 발행 업무 처리 세칙'에 나와 있는 "우표발행심의위원회는 우표발행과 보급에 우정사업본부장의 자문에 응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렵게 찾아냈다. 우정사업본부장은 우표발행 재심의가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자문을 구했고 임시회의에서 재심의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재심의 결과 12명의 참석자중 8명이 박 전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 취소 쪽에 손들 들었다.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우표 발행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박 전 대통령 우표 발행에 대해서는 '절차적 민주주의'에 문제가 없는 한 예정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1년 전 결정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나라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는 권력자의 편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무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했다. 사상 최대 인상폭이었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팽팽히 맞섰으나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들이 노동계에게 몰표를 준 결과였다. 과거 5~6%대 인상률조차 힘겹게 통과됐던 시절이 오버랩됐다. 당장 최저 임금이 올라 반기는 이들도 있겠지만 기업 부담이 증가해 신규 고용을 줄이거나 창업을 꺼리는 등 부작용이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적폐 청산'을 내세웠다. 새 정부 출범의 계기가 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대통령이 가진 강력한 권한 때문에 공공 기관들은 제대로 된 비판없이 '알아서 기는' 경우가 허다했다. 이는 종종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곤 했다. 문재인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뿌리 깊은 '정권 눈치보기'부터 없애야할 것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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