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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결핵과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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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아무도 제대로 된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모네여성병원의 결핵 사태를 두고 한 부모는 이같이 말했다. 100명이 넘는 신생아가 잠복결핵 양성 반응을 보였다. 그 사이 보건당국은 부모들에게 검진을 받으라고만 했다. 신생아에게 있어 결핵이 얼마나 위험한지 등에 대한 정확한 사실은 간과됐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결핵 발생률과 유병률은 물론 사망률 1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결핵퇴치를 위해 180만여명을 대상으로 잠복결핵검진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결핵안심국가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번 사건은 모네여성병원 신생아실에 근무하던 간호사의 결핵 감염 때문이었다. 이 간호사는 지난해 11월 병원에 입사했다. 신생아실에서 일을 하는 동안 건강검진을 받지 않았다. 1년 안에만 받으면 되는 현 법규에 허점이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번 결핵 감염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 보건당국의 안일함과 모네여성병원의 무책임한 태도는 부모들의 인내를 넘어섰다. 질병관리본부와 지역 보건소 등이 역학조사를 실시하면서 결핵의 심각성에 대한 정보와 대처 방법 등이 부실했다. 신생아의 경우 잠복결핵이 결핵으로 악화되는 확률이 성인보다 매우 높다. 이 같은 정보를 피해 부모들에게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부모들의 불만과 비판이 잇따르자 질병관리본부 등은 뒤늦게 신생아의 경우 잠복결핵이 결핵으로 발현될 확률은 성인의 10%보다 높은 30~50%에 이른다는 안내문을 보냈다.

부모들은 2014년 7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서 발생했던 비슷한 사건을 떠올리고 있다. 당시 산부인과 신생아실에 근무하던 간호조무사가 결핵균에 감염돼 383명이 잠복 결핵 진단을 받은 바 있다. 'OO병원'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른 병원에 가거나 어린이 집에 등록할 때 차별을 받았다.

이번 사태에서도 다른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모네여성병원에서 신생아를 낳은 한 산모는 예방접종을 위해 같은 지역에 있는 소아과를 찾았다가 산모수첩에 적힌 병원 이름을 보고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고 한다. 이른바 '주홍글씨'가 따라붙은 것이다. 부모들로서는 당황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게 없다. 정부가 결핵안심국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지 4개월도 지나지 않았다. 정말 이 꿈은 실현하기 어려운 것일까.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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