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돌며 분초를 다투는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각 그룹 고위 경영진의 일정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은 탓이었다. '재벌 저격수'로 이름난 신임 공정위원장의 호출이니 각 그룹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뒤로는 입이 뾰족 나왔지만 대놓고 감히 불만을 말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데 (대기업집단이)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있다. 대기업, 특히 소수의 상위 그룹들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는데 다수 국민의 삶은 오히려 팍팍해진 것은 뭔가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이라는 뼈있는 말도 잊지 않았다.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자발적인 변화를 기다리겠다"고도 했다.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 칼날을 들이대겠다는 일종의 경고성 발언으로 해석됐다.
신임 공정위원장의 취임으로 그동안 고질적인 갑을 관계나 불공정 행위들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지금 한국 대기업들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정위가 국내 기업 때리기에만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한국 시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놀이터로 전락할지 모른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이 글로벌 IT 대기업의 정보독점과 시장 지배력 남용 행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마침 유럽연합은 27일 반독과점 혐의로 구글에 24억2000만유로(약 3조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역대 최대 규모다. 신임 공정위원장이 과연 어디에 더 신경을 써야할지 답은 나와 있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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