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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김중령에게 쓰는 편지

최종수정 2017.02.13 14:10 기사입력 2017.02.1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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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정경부 차장

양낙규 정경부 차장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김 중령을 처음 만난 게 2009년 여름이니 우리가 알고 지낸지도 벌써 9년이 지났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너는 군복을 입고, 나는 양복을 입었지. 동갑내기인데도 서로 멋쩍은 인사를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국방부 청사에서 근무를 해 본 너나, 국방부를 처음 출입해 본 나나, 그야말로 이등병 같은 사회초년생과 다름없었지. 그래서 우리는 금새 친구가 됐고 서로의 신세를 한탄하며 밤새 술잔을 기울인 것이 아닐까.

생각나? 언론사와 군대가 비슷한 점이 많다며 서로 웃었잖아. 기자들은 소속 매체가 달라도 입사연도를 따져 선후배를 정하듯 육ㆍ해ㆍ공군ㆍ해병대 소속이 다른 군인도 임관연도를 기준으로 선후배를 정하지. 기자가 업무시간에 자리를 오래 비우면 회사에 보고하듯 군대도 임무지역을 벗어나면 소속 부대에 보고를 해야 한다 점 역시 똑같다고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어. 그러고 보면 기자나 군인이나 결코 쉬운 직업은 아닌 것 같아.

서론이 길어졌네. 내가 지면을 통해 너에게 편지를 쓰는 이유가 있어. 우리는 이제 40세가 넘어 사회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사람들이야. 그런데 지금 고치지 않는다면 몸에 베인 고질병이 될 것 같아 먼저 말을 꺼내기로 했어. 우리는 조직문화가 비슷한 만큼 고쳐야 할 점도 서로 비슷할 것이라 생각하고 먼저 말을 건낼께.

우선, 국민들에게 거짓말을 하지 말자. 언론과 국회에서 질문을 던지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시간끌기'와 '두리 뭉실한 말 장난' 으로 답변을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임시방편으로 상사를 보호하거나 자신의 자리를 보호하기 위한 보신주의는 오래 못가. 너도 알잖아.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고 그때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아랫사람을 계급으로 짓누르며 줄 세우는 악습도 없애자. 후배들도 사관학교나 정규대학을 졸업한 지식인들이고 성인이잖아. 계급이 높다는 이유로 억누르고 인사철만 되면 줄을 서라고 강요하는 것은 너무 없어 보여. 차라리 차곡차곡 쌓인 실력을 후배들에게 보여준다면 자연스럽게 리더십이 발휘되지 않을까.
성과주의 홍보도 그만하자. 군에서 매일 받아보는 보도자료들. 진실은 가린 채 말장난과 숫자장난으로 포장을 할 때가 있어. 제복을 입은 분들을 치켜세워주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기사는 썼지만 이제 그런 보도자료는 정중히 사양할께.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부탁하자. 후배들에게 웃지 않고 투덜거린다는 이유로 혼내지 말자. 후배가 우리를 보고 웃음을 잃은 것은 우리가 후배들을 보고 웃지 않아서야. 높은 사람이 화난얼굴로 아랫사람을 쳐다보는데 후배들이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을까. 이젠 웃으며 따뜻한 말 한마디로 격려해주자. 우리나 후배들이나 조직에서 버티기 힘든 세대잖아.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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