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다음 청문회에 증권거래소(한국거래소)를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한발 빗겨나 있던 한국거래소가 처음 수면위로 올랐다.
정 이사장의 이름이 다시한번 등장한 것은 한달여후다. 국정농단 사건을 조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 과정에서 정 이사장의 이름이 튀어나왔다. 특검이 지난해 2월 이상화 KEB하나은행 본부장의 승진 과정에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정 이사장의 연관성이 불거진 것이다.
그리고 지난 3일 특검은 금융위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특검 수사관들이 정 이사장의 사무실이었던 부위원장실에서 컴퓨터 하드 디스크를 비롯 관련 서류를 모두 확보했다. '설'로만 돌았던 정 이사장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특검의 칼날이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터질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다. 정 이사장이 현정권 들어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 금융투자기관, 금융위 등 금융권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의 막강한 파워를 빗대어 '금융계의 황태자', '만사정통' 등으로 칭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아직도 금융권에서는 그를 '살아 있는 권력'이라고 평가한다. 정 이사장은 최순실 게이트 이후 대부분의 친박 인사들이 뒤로 물러나 있거나 은퇴했음에도 불구, 여전히 금융권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월말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나서기 위해 금융위 부위원장에서 물러난 후 8개월여 만에 금융투자업계 수장으로 불리는 한국거래소 이사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에도 금융권 주요 인사 얘기가 나올때 마다 끊임없이 그의 이름이 거론됐다.
하지만 이제 그도 법의 칼날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특검팀이 최근 정 이사장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지난 3일 금융위를 압수수색한 점이 이를 방증한다. 특검이 그를 한번 더 부를 경우 참고인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지 모른다. 박근혜 정부의 현직 인사로 구속된 문형표, 조윤선의 전철을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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