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중앙병원 역할을 해야 할 서울대병원은 권력 앞에 쪼그라들었다. 청와대 주치의를 지냈던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이 비선진료 의혹과 관련해 특검에서 조사를 받았다. 차병원은 최순실과 밀접한 관련성은 물론 제대혈을 불법으로 공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속에서 국내 유명 병원들이 국민과 환자보다는 권력과 이익에 빠져든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들에게서 '양심과 위엄으로 의술을 베풀겠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국민과 환자보다는 권력과 사익을 챙겼다. 국가중앙병원의 역할보다는 권력과 유착했고 호가호위(狐假虎威)를 앞세워 자격도 없는 특정인물에 특혜를 제공했다. 서 원장은 청와대 주치의를 지낸 뒤 곧바로 서울대병원장에 올랐다. 권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차병원은 최순실의 비선진료 의혹이 일고 있는 차움의원에서부터 시작됐다. 이어 제대혈을 차광렬 회장 일가에 불법으로 시술한 사실이 드러나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용으로 제대혈을 제공했던 산모들은 차병원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였다. 차병원을 믿고 제대혈을 맡긴 엄마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특검은 17일 김영재 원장을 소환했다. 참고인이 아닌 혐의가 짙은 피의자 신분이다. 최순실의 단골 병원을 운영했던 김 원장은 진료기록부 허위작성으로 대통령 관련 의료행위 흔적을 교묘히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세월호 7시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도 곧 특검에 소환될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과 연루, 김영재 원장을 외래교수로 위촉한 배경 등 여러 의혹에 대한 실체적 접근이 이뤄질지 관심의 대상이다.
'인종, 종교, 국적, 정당정파, 사회적 지위여하를 초월해 오직 환자에 대한 의무를 지키겠다'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이들에게 한갓 종이쪽지에 지나지 않았던 것 같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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