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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역공당한 대북확성기 심리전

최종수정 2016.12.05 10:52 기사입력 2016.12.0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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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낙규 정경부 차장

양낙규 정경부 차장


"싸우지 않고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이 최선 중 최선이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심리전을 가리킨 말이다. 손자병법은 장수의 가장 첫 번째 덕목으로 아군과 적군 병사들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것이라고 말할 만큼 심리전의 중요성을 알려준다.

심리전은 외국군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차 대전 때 연합군은 "노르망디에는 상륙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흘려 적을 교란시켰다. 6·25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은 인천상륙작전에 앞서 원산에 미군이 들어온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미국 등 다국적군은 1991년 이라크전에서 후세인을 제거하기 위해 "후세인은 부패했다"는 내용의 비디오테이프를 대량으로 뿌렸다고 한다.

6·25전쟁 당시 남북은 심리전을 활용했다. 전단(일명 삐라)이었다. 이후 심리전은 진화했다. 1970년대 말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은 심리전 총국에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대화에 물꼬를 트기 위한 타개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심리전 총국은 대만에 있는 대륙공작대의 사례를 보고 아이디어를 착안해 냈다. 대만의 대륙공작대는 풍선에 육포, 기름 등의 식료품을 실어 중국본토에 보냈다. 심리전 총국은 육포와 기름 대신 북한제 '천리마 라디오' 와 똑같이 생긴 라디오를 제작해 북한에 날려 보냈다.

6·25전쟁이 끝난 뒤 대북 라디오방송은 1962년부터 FM방식으로 송출됐다. FM라디오 수신기를 이용해 방송을 들었다는 귀순자, 탈북자의 진술이 쏟아졌다. 그러나 지난 2004년 6월15일 42년간의 방송을 끝으로 대북 라디오방송은 끊겼다. 이에 앞서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2000년 4월 '삐라 살포를 금지해 달라'는 북한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활한 '삐라'는 정보기술(IT)과 접목돼 'DVD삐라'로 변했다. 한 시민단체가 북쪽으로 날리기 시작한 삐라는 100달러가량의 GPS추적기까지 장착해 추적도 가능하다. 'DVD삐라'는 추적 결과 최대 평양 인근까지 배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군은 올해 1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심리전의 일환으로 확성기 추가 도입 사업을 진행했다. 당시 군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은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대북(對北) 심리전 수단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말까지 고정형 확성기 24대와 기동형 확성기 16대를 추가 도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입찰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은 데다 군의 작전요구 성능까지 갖추지 못해 당초 목표로 한 11월 말 전력화 방침이 물 건너 갔다. 대북심리전을 하려다 오히려 우리 군의 사기만 꺾은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양낙규 정경부 차장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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