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AD]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아시아블로그] 승진의 그늘 퇴임, 어수선한 삼성 서초타운

최종수정 2015.12.03 11:04 기사입력 2015.12.03 11:04

댓글쓰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3일 새벽 출근길.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가 모여 있는 서초동 삼성타운의 분위기는 어느때 보다 더 무겁다. 4일로 예정된 임원 인사를 앞두고 계열사 임원들의 퇴임 소식이 계속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인사때 마다 승진의 기쁨을 누리는 이도 있고, 조용히 박스에 자신의 짐을 담는 이도 있었지만 올해는 유난하다. 총 2000명에 달하는 삼성그룹 임원 중 20% 이상이 회사를 떠난다.

로비에선 퇴임 소식을 전해 들었다며 서로 손을 맞잡고 아쉬움을 나눈다. 사옥 인근에선 벌써 며칠째 이삿짐을 실어 나른다. 사옥 이전이 시작되며 양재동과 수원으로 부서가 통째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삼성그룹 임직원들이 길게 줄을 늘어섰던 사내 식당은 한산하다 못해 일부만 운영중이다. 연이은 계열사 매각, 퇴임, 이사 등으로 하루종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 내부에선 하루종일 카카오톡 등으로 퇴직자 명단이 돌아다닌다. 간혹 아는 이름들이 있어 혹시 잘못된 것이 아닐까 물어보면 어김 없이 이번에 퇴직하게 됐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삼성전자만 해도 이미 알려진대로 무선사업부만 40~60명의 임원들이 퇴임 통보를 받은 가운데 TV, 반도체 등 잘나간다고 여겨졌던 사업부 역시 예외 없이 많은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10년간 연을 맺어왔던 한 임원도 이번에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으로 입사해 지난 30년간 일을 해왔던 사람이다. 항상 남들보다 1시간 더 일찍 출근해왔고 집보다 회사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던 그의 삶은 임원 승진으로 보상 받았지만 그리 길지는 못했다.

4일 있을 임원 인사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승진 보다는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올해 임원 승진 규모는 지난해 보다 크게 줄어들어 300명에도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400여명 이상의 임원이 회사를 떠났으니 인사가 끝나고 나면 삼성그룹 임원 수도 크게 줄어든다.

연말 삼성그룹의 풍경은 우리 재계가 겪고 있는 성장 위기를 그대로 대변한다. 전 분야에 걸친 수출 부진에 이어 성장이 멈춘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흡사 외환위기를 방불케 한다. 올해 보다 내년이 더 걱정이다. 주요 기업들이 인력을 줄이며 내년 취업 시장은 그 어느때 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방법은 성장 뿐이다. 기업에겐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고 체질을 바꿀 수 있도록 시간과 기회를 줘야한다.

대기업에 집중되는 경제력을 분산시키겠다며 시도한 경제민주화 이후의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한숨만 나온다. 중소, 중견기업을 육성하겠다며 대기업들의 발을 묶어 놓더니 정작 외국계 기업만 혜택을 본다. 정작 발은 묶어 놓으면서 각종 준조세를 만들어 기업들에게 책임을 지라고 한다.

정부가 이렇듯 무턱대고 기금을 만들어 놓고 기업들의 팔을 비트는데 재미 붙이다 보니 시민단체도 삼성전자에 1천억원 정도는 통 크게 내 놓아 반도체 관련 공익법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삼성에서 올해 수많은 임원들이 회사를 떠났듯이 재계는 지금 스스로 뼈를 깍는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지금 떠나보내지 않으면 모두 함께 침몰한다는 위기감이 절박한 기업들의 심정이다.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발목은 잡지말자.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