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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이 ‘제네시스(신기원)’에 도달하려면

최종수정 2015.12.04 15:23 기사입력 2015.11.09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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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을 발표한 4일 저녁, 자동차 담당 기자 몇 명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들이 저녁을 같이 했다. 제네시스와 정 부회장이 이날 저녁 화제의 중심이 되었다. 제네시스의 앞날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지만 정 부회장의 성과와 관련해 큰 이견이 없는 부분이 있었다. 정 부회장이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아우디에서 영입한 게 기아차의 운명을 바꿔 놓은 ‘신의 한수’라는 것이었다.
정 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사장이 되면서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10년 전 기아차는 지금과는 사정이 많이 달랐다. 차가 팔리지 않아 재고는 쌓여갔다. 실적은 영업 적자를 보거나 간신히 흑자를 내는 수준이었다. ‘정몽구 회장이 경영 수업을 너무 가혹하게 시키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당시 기업설명회가 열리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도대체 해외 재고 물량이 얼마나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당시 기아차는 국내에서 밀어내기 수출을 해서 판매로는 잡혀 있지만 실제로는 팔리지 않고 해외 딜러 전시장에 쌓여 있는 재고 물량을 공개하지 못했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어내는데 팔리지 않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방법이 밀어내기 수출이었다. 이렇게 쌓여 있는 물량이 전 세계적으로 수십만 대라는 얘기부터 100만 대가 넘는다는 추측까지 갖은 억측이 돌았다. 재고 물량이 얼마나 되는지 알 길이 없으니 애널리스트들은 주가 예측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이야 스포티지나 카니발처럼 잘 팔리는 모델을 살 때는 계약 후 2달 정도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지만 그 때는 각 팀별로 할당량이 떨어졌고, 직원 개인별로 팔아야하는 물량을 몇 대씩 떠안아야 했다. 삼성생명과 기아차에 동시에 합격했다가 2009년 기아차에 입사한 한 후배는 “가족, 친구들한테 보험 영업하기 싫어서 자동차 회사를 선택했는데 보험 팔아달라고 하듯이 자동차 좀 사달라고 부탁해야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쌓여 가는 재고에 한 숨 쉬던 자동차 회사에서 몇 달씩 기다려야 차를 살 수 있는 회사로 변모시킨 일등공신이 기아차의 디자인 혁명을 주도한 슈라이어 사장이다. 우리 차 좀 사 달라고 주변에 아쉬운 소리를 했던 기아차 직원들은 요즘은 거꾸로 ‘차를 좀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서 슈라이어 사장에게 ‘엄지 척’을 보낸다.
정 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시키면서 벤틀리 출신의 스타 디자이너인 루크 동커볼케를 영입한 것에 대해서 대체로 좋은 평가가 나온다. 그날 저녁 자리에서 제네시스의 성공을 예측한 쪽은 동커볼케의 영입을 그 이유로 들었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디자인 경쟁력 강화가 필수인데 적임자를 찾았다는 논리였다.
흥미로운 것은 제네시스의 실패를 예측한 쪽 역시 동커볼케를 언급했다는 점이다. 스타 디자이너를 영입한 것 자체는 평가할 만한 일이지만, 기아차의 성공 공식을 답습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였다. 과거의 성공에서 ‘제네시스’의 길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정 부회장이 제네시스 발표회에서 말했던 대로 큰 변화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수반하고 우려 또한 많은 법이다. 정 부회장이 이런 우려와 걱정을 뒤로 하고 현대차의 ‘제네시스(신기원)’를 열기를 응원한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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