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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전월세 대책, 국민과 '썸'타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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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난 2일 정부가 '서민ㆍ중산층 주거안정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파격적인 내용은 없더라도 그래도 서민ㆍ중산층을 위한 주거대책인데 뜨거운 이슈인 전월세 관련 내용이 주가 아닐까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발표내용을 보니 실망이 몰려왔다. "과연 이게 전월세 대책이긴 한 것일까"
본문만 열두 쪽에 달하는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중에 전세라는 단어와 관련있는 대목은 단 몇 줄, 가짓수로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내년에 리모델링 매입임대와 전세임대 4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4만5000가구로 공급을 늘리고, 늘어난 5000가구는 저소득 노인층과 대학생에게 전세임대로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월세 수급 불균형이 우려되니 올해 공급할 예정인 매입ㆍ전세임대 4만7000가구 중 남은 물량 2만3288가구를 차질 없이 공급하되 오는 11~12월 입주 예정이던 3000가구의 입주시기를 10월 이전으로 앞당기겠다는 것.
첫째 방안은 내년 계획이라 올해 급한 불 끄기와는 거리가 멀어 논외로 하면, 남은 건 3000가구를 두어 달 조기공급하는 것인데 3만가구도 아닌 3000가구로 가을 이사철 전세대란을 잠재울 수 있을까.

이번 방안이 전세대책인지 아닌지를 놓고 기자단에서도 말들이 오갔다. "사실상 전세대책인데 너무 부족하다"는 지적에서부터 "전세대책은 아니고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일 뿐이다" "이번에는 일부러 전세대책을 누락시켰을 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 번 더 발표하려고 그런 것이다" "마른 수건 짜봐야 나올 게 없다"는 등의 인색한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정부도 전세난 경감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번 방안의 추진배경에 대해 정부는 "전월세시장은 저금리 등에 따른 전세공급 부족으로 전세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월세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서민ㆍ중산층이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현실을 짚었다.

유일호 국토부 장관도 이번에 전세 관련 내용을 어떻게든 담아야겠다고 고민한 것 같다. 다만 그것이 기대 이하였다는 점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월세에 대한 내용이 없는 이유와 향후 대책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유 장관은 "최근에 이른바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이 급격해진 것이 사실이고,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전세대책이라고 보면 월세대책의 연장선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월세 자체의 수준은 어느 정도는 안정적이며, 월세 상승률을 모니터링 중인데 이런 문제가 보이면 그런 대책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루뭉술하고 지시대상이 불분명한 지시어가 난무하는 답변으로, 이 정도면 듣는 사람이 이해하지 않길 바라는 수준이다.

유 장관의 말은,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속도를 조금 늦추는 정도일 뿐 사실상 정부가 전세대책으로 제시할 만한 것이 없다는 고백이다. 어떻게 전환속도를 늦출지는 물어보기조차 무안하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이 정도로 전세난 극복은 어림도 없다"면서 하나같이 "더 이상 내놓을 대책도 없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자고 일어나면 올라 있는 전월세가 버거운 무주택자들의 상황을 헤아려 '전월세 상한제' 같은 대책을 내놓기란 너무 힘든 결정이었을까. 십 년 넘게 숨만 쉬며 번 돈을 모아야 아파트 한 칸을 가질 수 있는 서민들을 위해 분양가의 거품을 걷어내는 강력한 방안을 기대하는 것이 무리일까.

여당을 배려해 내년 총선에 쓸 카드를 아낀 것이란 냉소적인 해석에 오히려 귀가 솔깃하다. 나날이 주거불안 상황은 심각해지는데 속 시원한 대책 없이 '썸' 타는 정책당국의 속내가 궁금하다. '썸' 타는 대상이 서민ㆍ중산층인지, 정치권인지도.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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