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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집 걱정'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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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인생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지난달 한 TV방송에서 노르웨이인이 한 말이 화제가 됐다. 세계 최고 복지국가에서의 삶이란 어떤 것인지를 함축적으로 느끼게 해줬다. 대학교까지 교육이 무료이고, 중병이 걸려도 병원비 걱정을 하지 않는다.
좋은 학교를 가야 하거나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생각을 않으며, 부모님 부양과 자녀 교육비 부담이 없단다. 살면서 어찌 걱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다만 삶의 기초가 되는 조건 때문에 전전긍긍하지는 않는다는 말일테다. 하고 싶은 일, 가족, 타인과의 친밀감 등 좀 더 '괜찮은' 걱정을 하고 살지 않을까 싶다.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들 하는데, 참패다. 그런 환경에서 산다고 상상만 해봐도 가슴이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한국에서의 삶은 기초적인 걱정의 연속이다. 어릴 때부터 기본원칙은 선착순이다. 순위 내에 못 들면 끝없는 ‘뺑뺑이’의 연속이다. 적당한 순위 내에 들어 유명 대학에 진학해도 무거운 등록금에 짓눌린다. 다수의 청년들이 등록금 대출을 받아 빚을 진 채 사회 생활을 시작한다.
빚이야말로 대표적인 걱정거리다. 열심히 일해 벌어도 이자로 나가버리니 내 돈이 아니고, 원금 상환의 부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등록금 걱정이 시범게임이었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독립의 문 앞에 섰을 때 집 구하기는 본게임이다.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랑하는 님과 함께’, 혹은 솔로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며 살 만한 집 찾기란 갈수록 어려운 일이 돼가고 있다.

서울시가 최근 리츠(부동산투자회사)를 통해 2만가구의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한 것도 그만큼 청년층의 주거불안이 심각함을 방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특히 2030세대의 전출 비율이 높다. 이들의 전출 이유가 바로 높은 주거 부담률과 전셋갓 상승 때문이다. 집을 못 구해 서울에서 떠밀려나는 것이다. 지난해 말 3억1000만원대였던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7개월만에 3억5000만원을 넘어섰다.

그런데 임대주택만 충분하면 집 걱정은 해소될까. 자녀를 낳고 중장년으로 접어들 때는 안정적인 집을 구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본질적인 문제는 집값이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지난달 기준 서울의 평균 아파트 가격은 5억원을 넘는다. 서울에서 월급 모아 내집 마련하기는 언감생심이다.

한국의 집값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도 크게 조정되지 않았다. 서울만 놓고보면 2002년 연간 22.5%, 2006년에는 18.9%씩 오를 정도로 급등했으나 이후 2010년과 2012년, 2013년에 1~2%대 하락세를 보인 이후 지난해부터 다시 오름세다.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부터 정부는 ‘빚 내서 집 사기’를 노골적으로 권했다. 주택 경기가 살아야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견지에서 사실상 인위적인 집값 떠받치기 정책을 편 것이다. 그랬다가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도달하자 이번에는 대출 관리 대책을 내놨다. 그야말로 임시변통식이다.

지금의 집값 수준이 계속 유지된다면 근본적인 집 걱정은 해소되기 어렵다. 최근의 주택 수요는 과도하게 오른 전셋값 때문에 대출을 내서 '아예 사자'고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연스러운 수요가 아니라 '울며 겨자먹기'식이다. 집 걱정에 들이는 에너지를 좀 더 '괜찮은' 생각에 쓰며 살 순 없을까. 집값 떠받치기 정책의 유효기간이 궁금하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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