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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뜨는 동네의 역설 '젠트리피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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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핫플레이스(hot place), 먹고 보고 살 것이 많아 사람들이 몰리는 소위 ‘뜨는 동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들 도심 관광지가 번성하면서 최근 함께 뜬 용어가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다.

따라 읽다 혀 꼬이기 십상인 이 학술용어는 1960년대 영국 사회학계에서 나왔다. 젠트리(gentry), 즉 중산층화(化)한다는 뜻으로 비교적 빈곤층이 많은 도심 노후 주거지역에 중산층이 이주해 와서 그 지역이 재개발되고 활성화되지만 원래 거주자들은 그 곳을 떠나는 현상을 가리킨다.
한국의 사례로는 흔히 서울의 홍대 주변, 서촌, 경리단길 등이 언급된다. 낡고 한적한 동네에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들어온 예술가의 작업실, 작은 카페, 식당 등이 늘어난다. 좀 특색 있고 재미있다 싶으면 어김없이 사람이 몰리고 상권이 쑥쑥 커간다. 그러나 그 특색의 원천인 소상공인, 작가들은 성공의 단물을 얼마 맛보지 못하고 밀려난다.

상권 형성에 기여한 주체라도 임차인 처지로는 임대료와 권리금의 폭등이라는 거의 필연적인 미래 앞에 협상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절대강자인 건물주는 이들 덕에 부쩍 가치가 상승한 자산에 대해 재산권 행사의 자유를 만끽하며 단기간에 최대의 불로소득을 거둔다.

세탁소, 채소가게마저 죄다 관광객용 카페, 액세서리가게로 변신한 터라 기존 주민들은 또 그들대로 번잡함과 불편함을 감내해야 하고, 동네가 제법 번듯해진 관계로 상승한 전월세를 감당 못해 이사를 나가야 한다. 이 상태로 몇 년이 흘러 결국 높은 임대료를 견딜 수 있는 비싼 음식점과 고만고만한 프랜차이즈 업소만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까지 가면 그 곳은 더 이상 핫한 동네가 아니게 된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기존 주민, 상권 개척자, 건물주, 행정당국, 부동산 개발업자 등 여러 이해관계 집단의 입장, 발생 원인, 진행 과정, 장단점 등을 다각도로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에서는 갑질 횡포에 대한 분노, 빈부격차, 계층간 갈등 문제와 엮여서 악덕 임대인 대(對) 불쌍한 임차인 개인간의 원색적인 대립 구도만 부각되고 있다.

사회공존 윤리를 저버린 채 과도하게 이윤을 추구한 개인들은 응당 비난 받아야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근로 못지않게 중요하고 일반화된 소득 창출 방편이다.

통계청의 2014년 가계금융복지 조사에 따르면 부동산은 자산보유 형태에서도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가계의 평균적인 자산 구성비에서 부동산은 무려 68%를 차지한다. 자산을 보유하기까지의 정당한 노고, 임대차 계약이라는 합법적 절차, 임대소득에 대한 납세의무의 이행까지 싸잡아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개인을 향해 착한 건물주가 되어 달라고 읍소하고,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라고 훈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부동산을 매개로 맺는 경제적 인간관계는 보편적이고 생존과 직결되는데도 상생을 해치고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경제활동을 막을 제도적 방지대책이 약하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미흡한 약자 보호망, 가진 자조차도 당장의 이익을 취하려 마구 내달리지 않으면 안되는 불안한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젠트리피케이션에서 본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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