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한국영화는 총 8편이었다. '괴물'(1301만명), '도둑들'(1298만명), '7번방의 선물'(1281만명), '광해, 왕이 된 남자'(1231만명), '왕의 남자'(1230만명), '태극기 휘날리며'(1174만명), '해운대'(1145만명), '실미도'(1108만명) 등이 그 주인공이다. 국내서 개봉한 외국영화로는 '아바타'(1360만명)가 유일했다. 그야말로 한국영화 르네상스 시대라 할 만하다.
한편으론 이와 같은 한국영화의 질주에도 불구하고 스크린 독과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현재 우리나라엔 414개 극장이 2508개 스크린에 42만7131개의 좌석을 두고 영업 중인데 대기업 자본이 투자한 영화들이 많게는 1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동시에 상영돼 독과점 비판을 받아 왔다. 스크린쿼터 사수가 거대 외산 자본을 겨냥한 것이라면 스크린 독과점 우려는 국내 거대 자본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일부 영화의 스크린 잠식으로 저예산 영화나 독립영화가 설 땅이 줄어들고 그만큼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접할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변호인'의 흥행은 더 빛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인 시절을 다룬 영화여서 정치적 논란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아 영화 제작 자체가 제작진에게는 부담이었을 수 있다. 또 그 때문에 애초 대기업의 투자는 엄두도 못 냈을 게다. 그래서 아예 독립영화로 만들까 했다는 게 제작진의 초기 고민이었다고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허구'라는 영화 자막에서 말하듯 제작진은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소통 부재의 시대에 영화 '변호인'이 던지는 메시지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 분명 울림이 있다. 그래서 흥행 이유에 대한 양 감독의 답변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때문"이라는. 어쩌면 지금 '변호인'은 국민을 변호해 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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