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중심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벽안의 외국인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시 주석은 그들 한 명 한 명과 다정하게 악수하고 웃음지으며 감사의 표시를 했다.
역시나 그랬다. 그들은 세계적 글로벌 기업들의 최고경영자들이었다. 인드라 누이(펩시코 CEO), 데이비드 루빈슈타인(칼라일 공동 CEO), 리스토 실라스마(노키아 회장), 마이크 듀크(월마트 CEO), 무타르 켄트(코카콜라 CEO), 스티븐 슈워즈먼(블랙스톤 CEO), 존 브라운(전 BP CEO), 행크 그린버그(전 AIG CEO) 등이 그날 행사의 참석자들이다.
그날 시 주석은 이들 최고경영자들을 세계를 이끄는 지도자들이라고 표현하며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그들의 제안을 중국을 위한 소중한 자원으로 활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 만남의 시점이 묘하다. 최근 중국 정부와 언론은 애플, GSK, 삼성 등 외국계 기업들의 문제를 연이어 지적하고 있다.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를 넘어 경찰에 체포되는 기업 임원도 나왔다. 많은 외신들은 중국이 외국기업 때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세계 2위 경제권인 중국이 이처럼 강력한 입장으로 나오자 외국기업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외국기업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에 대한 우려 섞인 시각도 많아졌다.
하지만 중국은 안방에 앉아서 이런 우려를 간단히 불식시킬 수 있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주룽지 전 총리가 창립한 칭화대학교 경제관리대(SEM) 고문위원회에 참석한 이들이다. CEO들은 칭화대 발전 방안을 논한다는 것을 빌미로 해마다 중국에 모여 중국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올해 참석자들은 시 주석과 친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덤까지 누렸다.
아마도 시 주석과 만나는 시간, CEO들은 중국에 대한 언짢았던 생각은 싹 잊지 않았을까. 오히려 중국에서 더 큰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물론 중국 정부가 필요로 하는 것을 내주면서 말이다.
역학관계를 잘 파악하는 것은 성공의 지름길이다. 지금 중국은 새로운 지도부 출범 후 경제 정치면에서 분명 과거와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통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과거 거대 기업들은 미국의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중국 지도자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시대. 새로운 글로벌 경제의 역학공식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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