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의 기도(Firemen's Prayer)'라는 시의 한 구절입니다. 지난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사고 당시 순직한 한 소방관의 책상에 걸려 있다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큰 감동을 줬던 이 시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한 장면에서 나레이션으로 소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화재발생 신고를 받자마자 현장으로 달려간 고(故) 김윤섭(33.소방교) 소방관. 김 소방관은 폭염에 시달리면서도 두꺼운 소방복을 입고 5시간 넘게 진화 작업을 하다 과로와 복사열에 의해 탈진해 쓰러졌습니다. 사고를 모른 채 잔불을 정리하던 동료 소방관들이 현장에서 15m 떨어진 산등성이에서 쓰러진 김 소방관을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지만 김 소방관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이 세상 모든 죽음이 슬픔과 떼어내서 생각할 수 없지만 소방관들의 죽음에 유독 많은 사람이 특별한 감회를 갖는 것은 자신을 희생해서 남의 생명을 구해야만하는 운명적인 직업적 특성때문일 것입니다. 남들은 불길을 피해 뛰쳐나오는데 오히려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가야 하는 소방관들의 헌신성은 언제나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고도 남습니다. 사람들이 그들을 진정한 '영웅'이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11년 16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사건 발생 당시 길 위에 앉아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끼니를 떼우고 쉬고있는 소방관들의 사진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소방관들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기도했습니다.
인력부족과 장비 문제도 심각합니다. '살인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하루 24시간 맞교대에다 여전히 노후화 된 장비를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야하는 게 소방관들의 현실입니다.
국민의 목숨을 구하기위해 화마와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에게 언제까지 희생과 인내를 강요해야 하는 걸까요. '영웅'들이 그 칭호에 걸맞는 대우를 받고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이제는 우리 모두가 그들을 위해 기도해야 할 차례가 아닐까합니다.
"무겁고 아팠던 모든 짐을 벗어버리고 아름다운 마음을 품은 하늘의 불새가 돼 우리와 함께하길…"
김윤섭 소방관의 영결식에서 마지막 현장에 함께 있었던 동료가 눈물 범벅인 채로 읽어내려간 추도사의 한 구절입니다. 김해로 전입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매사 가장 먼저 달려가는 성실함으로 동료들이 좋아했다는 김 소방관. 다시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김경훈 기자 styxx@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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