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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출구전략과 금융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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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1994년 6월 휴양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 주 보카 레이턴의 한 호텔에 한무리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뉴욕, 런던, 도쿄 등 곳곳에서 모여든 이들의 공통점은 하나였다. 모두 JP모건이라는 미국의 대표 은행의 파생상품 부서 소속이었다.
밤새 떠들썩 한 파티를 마친 젊은이들은 지금까지 없던 창조적인 금융상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냈다.

의도는 순수했다. 자신들이 속한 은행이 금융당국이 정한 의무자본비율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지금이나 당시나 감독당국들은 은행의 자본비율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들이 보기에 대출자산의 8%이라는 의무자기자본비율은 골칫덩어리였다. 우량 채권에 투자하고도 신뢰도가 낮은 채권과 같게 평가하다 보니 일부은행들은 불만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출자산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상품화해 다른 투자자에게 팔아 위험을 제거한다는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혁명적이었다. 금융시장에 이만큼 혁신적인 상품은 없었다.

플로리다 호텔에서 시끌벅적한 파티가 있은 지 3년 후 JP모건은 부채담보부증권(CDO)를 발행해 전세계 금융계를 놀라게 했다. 단숨에 신용파생상품 분야의 최고 은행으로 부상했고 의무자본 비율의 제약도 털어버렸다.

은행을 감독하는 감독기관들도 최초에는 은행들의 이런 시도를 반겼다. 그들의 눈에 보기에도 의무자본비율을 개선시켜주는 효과만 보였던 것이다.

이런 선의와 달리 CDO는 괴물로 변해갔다. 투기꾼들이 몰리며 시장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신상품 경쟁이 치열해지며 이해하기 어려운 상품이 계속 나타났다. 더욱 복잡해진 합성 CDO도 등장했다. 주택담보대출인 모기지론과 결합한 CDO까지 등장한다.

거칠 것이 없던 은행들은 1930년대 대공황 직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토록해온 '글라스 스티걸법' 폐지에 성공하는데 이른다.

'눈엣가시' 같던 규제가 사라지자 은행간 합병이 봇물을 이루며 대형은행들이 탄생했다. 은행들은 다시 보기 힘든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무분별한 수익추구의 끝은 참담했다. 미국발 서브프라임 위기는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을 유발했고 CDO는 믿을 수 없는 규모의 손실을 남겼다. 전세계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경제위기와 조우했다.

지난 몇년 사이 경기부양에 힘쓰던 세계 경제는 이제 출구전략 모색 논란이 불거질 만큼 회복됐다.

그러나 금융권에 대한 신뢰는 바닥 수준이다. 여전히 각종 추문은 꼬리를 물었고 투자자들과 감독당국의 신뢰는 회복되지 않고 있다.

최근 JP모건 체이스와 모건스탠리가 합성 부채담보부증권(CDO) 발행에 나섰다. 저금리 추세속에 고수익을 원하는 일부 고객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지만 비난의 목소리가 거셌다. 결국 발행은 취소됐다.

규제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글래스-스티걸법'은 부활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회에서 발의된 '21세기 글래스-스티걸법'은 투자은행 업무, 보험, 스와프, 헤지펀드 등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 미 금융당국은 주요 은행들의 자기자본 비율을 국제기준인 바젤3 규정의 3%보다 배나 되는 6%로 올려 적용키로 했다.

금융계에 요구되는 자성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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