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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어떤 상황이라도 묵묵한 거래, 새벽시장과 주식시장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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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IMF 외환위기가 발발한 직후인 1998∼199년 겨울, 대학생이었던 기자는 이 때 새벽시장에서 4개월여 동안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습니다.

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이었는데요. 친척 형님이 운영하는 가게에 새벽 2시 출근해 문을 열어두면, 형님은 전날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구매한 경매 물건을 트럭에 잔뜩 싣고 옵니다. 오이, 호박, 감자, 도라지, 마늘 등 매일 매일 주력판매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그날 꼭 팔아야 하는 물건은 매대 가장 앞에 놓아둡니다. 되도록 보기 좋게 비치하고,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서 때깔도 나게 해줍니다.
오전 5시경부터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합니다. 식당을 운영하시는 사장님, 야채 가게를 운영하시는 형님, 길거리에 자리를 맡으신 할머니 등 새벽에 도매시장을 찾는 분들은 모두들 사장님들이십니다.

새벽시장에서는 대화를 나누고 물건을 사고 팔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인스탄트 커피 한 잔 마시는 10분도 채 안 걸립니다. 사람이 붐빌 때는 3분 도 안돼 끝납니다. 워낙 오래 만나온 가족같은 사이다 보니 눈빛을 교환하고 한 두 마디 대화만 해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거래가 이뤄지니 ‘배달원’들은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거대한 4.5t 트럭에 혼자서 감자 등을 모두 실어야 하는 것은 물론 넓은 주차장에 서 있는 고객의 차까지 물건을 실어줄 때는 달랑 차 번호판만 듣고 찾아내야 합니다. 카트로 이동하지 못할 때는 직접 들고 뛰어가야 하는데 추운 겨울에 입에 단내가 날 정도입니다.
기자가 경험한 시장은 이렇습니다. IMF외환위기로 나라가 망한다는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었지만, 새벽시장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매일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눈ㆍ비가 내려도, 더워도 추워도, 시장은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은 지금도 거래를 합니다. 그래서 시장은 활기가 넘친다고 하는 가 봅니다.

이런 활기를 여의도 증권시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시장이 위축됐다는 것은 사는 이와 파는 이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뜻하는데요. 거래 부진의 원인을 주인공인 판매자, 구매자가 아닌 구경꾼들에게만 물어보다 보니 본질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게 아닌가 합니다. 구경꾼들은 흥정을 돕기도 하지만 거래를 깨기도 합니다. 최근 환율 이슈가 부각되자 구경꾼들은 남의 말 하듯이 일제히 거래가 안 된다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이상한 건 그 말이 투자자들에게 먹힌다는 것입니다.

정말 환율 때문에 시장이 어려운 것일까요? 우리 경제에서 환율은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말이 나온지 10년이 넘었는데 말입니다. 판매자는 못 팔고, 구매자는 ‘ 안 사는지는 주식시장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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