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청과물 도매시장이었는데요. 친척 형님이 운영하는 가게에 새벽 2시 출근해 문을 열어두면, 형님은 전날 가락동 농수산물 시장에서 구매한 경매 물건을 트럭에 잔뜩 싣고 옵니다. 오이, 호박, 감자, 도라지, 마늘 등 매일 매일 주력판매 상품이 다르기 때문에 그날 꼭 팔아야 하는 물건은 매대 가장 앞에 놓아둡니다. 되도록 보기 좋게 비치하고, 수건으로 깨끗이 닦아서 때깔도 나게 해줍니다.
새벽시장에서는 대화를 나누고 물건을 사고 팔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인스탄트 커피 한 잔 마시는 10분도 채 안 걸립니다. 사람이 붐빌 때는 3분 도 안돼 끝납니다. 워낙 오래 만나온 가족같은 사이다 보니 눈빛을 교환하고 한 두 마디 대화만 해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빠르게 거래가 이뤄지니 ‘배달원’들은 정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합니다. 거대한 4.5t 트럭에 혼자서 감자 등을 모두 실어야 하는 것은 물론 넓은 주차장에 서 있는 고객의 차까지 물건을 실어줄 때는 달랑 차 번호판만 듣고 찾아내야 합니다. 카트로 이동하지 못할 때는 직접 들고 뛰어가야 하는데 추운 겨울에 입에 단내가 날 정도입니다.
이런 활기를 여의도 증권시장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듭니다. 시장이 위축됐다는 것은 사는 이와 파는 이간 거래가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걸 뜻하는데요. 거래 부진의 원인을 주인공인 판매자, 구매자가 아닌 구경꾼들에게만 물어보다 보니 본질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게 아닌가 합니다. 구경꾼들은 흥정을 돕기도 하지만 거래를 깨기도 합니다. 최근 환율 이슈가 부각되자 구경꾼들은 남의 말 하듯이 일제히 거래가 안 된다고 떠들어 대고 있습니다. 이상한 건 그 말이 투자자들에게 먹힌다는 것입니다.
정말 환율 때문에 시장이 어려운 것일까요? 우리 경제에서 환율은 변수가 아닌 ‘상수’라는 말이 나온지 10년이 넘었는데 말입니다. 판매자는 못 팔고, 구매자는 ‘ 안 사는지는 주식시장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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