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외환위기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기자는 휴학하고 대기업 주류업체에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업체는 빼앗긴 업계1위 자리를 되찾고자 경쟁사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쟁사가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져 단기 부도 사태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증권사를 바라봅니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2012년 내내 증권사가 잘됐다는 소식을 접한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로 수익이 반토막 났고, 해외사업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철수 했습니다. 지점 통폐합, 조직 슬림화 인력 구조조정까지 비용 절감을 위해 마른수건마저 짜내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에 “위기가 기회다”라는 충고를 해주기조차 미안할 정도입니다.
더 큰 고민은 정부가 앞장서서 증권사를 혼내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에 더해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검찰까지 나서는 모습은 좀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들 기관의 처벌 근거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닙니다. 공정한 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루만 뒤져도 도태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무려 3년간 신사업을 못한다는 건 기업으로선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업체에게 생명인 신용조차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지도 못하는데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구멍’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구석으로 몰아넣은 대가는 재앙이라는 큰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입니다. 지금 증권사에게는 비난보다 관심과 격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증권업계가 위축되면 시장은 더욱 침체될 것이며, 결국 피해는 고객인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건 불보듯 뻔합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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