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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규제·실적악화 증권사 몰매보다 격려가 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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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우리 속담에 ‘개도 나갈 구멍을 보고 쫓아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대상을 호되게 몰아치는 경우에 궁지에서 빠져나갈 여지를 줘야지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는 의미 담고 있습니다.

IMF 외환위기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 기자는 휴학하고 대기업 주류업체에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 업체는 빼앗긴 업계1위 자리를 되찾고자 경쟁사와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쟁사가 일시적인 자금난에 빠져 단기 부도 사태가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담당 직원들이 강력한 마케팅 전략을 제출했지만, 최고경영자(CEO)는 오히려 모든 마케팅 행사 및 광고 집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남이 어렵다고 아픈 상처를 물고 늘어져 이기는 것은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증권사를 바라봅니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2012년 내내 증권사가 잘됐다는 소식을 접한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이탈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로 수익이 반토막 났고, 해외사업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철수 했습니다. 지점 통폐합, 조직 슬림화 인력 구조조정까지 비용 절감을 위해 마른수건마저 짜내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에 “위기가 기회다”라는 충고를 해주기조차 미안할 정도입니다.

더 큰 고민은 정부가 앞장서서 증권사를 혼내는 데에만 열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와 감독기구인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에 더해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 검찰까지 나서는 모습은 좀 너무하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이들 기관의 처벌 근거가 잘못됐다는 말은 아닙니다. 공정한 조사를 통해 내린 결론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다만, 가뜩이나 속앓이가 심한 증권사에게 치료약 대신 몰매를 내려치는 것이 옳은 건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4일 공정위가 채권담합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증권사들은 정부의 자본시장법 개정에 맞춰 투자은행(IB) 진출과 한국형 헤지펀드 운용 등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고 준비해 온 업체들입니다. 이들이 법원에서 벌금형 이상이 확정될 경우,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신규사업을 3년간 진행할 수 없으며, 5년간 자회사 설립도 불가능해 집니다.

하루만 뒤져도 도태되는 비즈니스 세계에서 무려 3년간 신사업을 못한다는 건 기업으로선 사형선고를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업체에게 생명인 신용조차 바닥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지도 못하는데 어떤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구멍’에 대한 배려 없이 무작정 구석으로 몰아넣은 대가는 재앙이라는 큰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입니다. 지금 증권사에게는 비난보다 관심과 격려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증권업계가 위축되면 시장은 더욱 침체될 것이며, 결국 피해는 고객인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건 불보듯 뻔합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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