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터'의 순 제작비는 약 2억5000만 달러(약 2835억 원)이지만 마케팅 비용으로 1억 달러(약 1134억 원)가 추가돼 '존 카터' 한 편에만 무려 3억5000만 달러(약 3968억 원)의 제작비가 소요됐다. '존 카터'의 미국 박스 오피스 기록은 재앙에 해당된다. '존 카터'는 개봉 첫 주말 고작 3020만 달러(약 342억 원)의 흥행 수입을 올리는데 그쳤고, 그 다음주 성적도 1350만 달러(약 153억 원)에 머물렀다. 한국에서도 '존 카터'의 흥행 성적은 썩 좋지 못하다. 8일 개봉된 '존 카터'는 '화차' '건축학개론' 등 한창 기세를 올리는 중인 한국 영화는 물론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Intouchables'에도 추월당하며 지난 주말까지 전국 관객 80만 명의 빈약한 흥행을 기록했다.
'존 카터'의 흥행 부진 이유는 명료하다. '존 카터'가 컴퓨터 그래픽과 3차원 영상 등 화려한 볼거리에도 불구하고 정작 영화의 내러티브는 과거에 많이 제작된 같은 장르의 영화에서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획기적이고 유명한 텍스트였지만 100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밋밋하고 진부한 이야기가 됐다. 월트 디즈니는 영화의 이런 치명적인 단점을 철저히 테크놀로지로 만회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해 한국도 두 편의 블록버스터 '7광구'와 '마이 웨이'의 엄청난 실패를 이미 목격했다. 올해도 '타워' '권법' '감기' 등 대규모 제작비가 든 한국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존 카터'의 사례를 그냥 넘길 수만은 없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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