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래학자들이 말한 세상은 실현되지 않는 건가? 대체 무얼 믿고 미래학자들은 내게 그런 사기를 친 것인가? '머지 않다'는 시간은 20년으로 부족한 건가?
내가 출퇴근하면서 사용하는 도로며, 자동차, 에너지, 주차장 건설비용도 사실상 회사가 지불해왔다. 그러니 나를 집에서 일하게 하면 회사는 근본적으로 당장 엄청난 '경영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줄어드는 비용은 이뿐이 아니다. 회사가 지불해야 할 탁아비나 체력단련비, 건강 관리비용, 노무관리나 분규의 위험성도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내가 집에서 일할 경우 근무 환경을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 또한 엄청난 이익이 발생한다. 나는 지금껏 출퇴근하는데 매년 31일, 총 350여일을 썼다. 앞으로 살면서 이 정도는 또 쓸 것 같다. 언젠가 원격근무시대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품고 견디기에는 엄청난 시간이다. 일년치 연봉을 버린 것과 같다. 아니다. 움직이느라 들어간 기름값, 자동차 감가상각비 등을 감안하면 더 많은 비용을 썼고, 앞으로 써야 한다. 원격근무로 내가 줄일 수 있는 비용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연구는 있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이용할 경우 독일에서 향후 10년 내 러시아워가 30% 줄어들며, 원격근무 10만개의 일자리를 통해 40억㎞의 주행거리를 경감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비용으로 치면 기름값으로만 거의 10조원에 해당된다.
2007년 현재 근로자 중 원격 근무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 17%, 유럽 7%, 네덜란드 21%에 이르고 있다. 원격근무가 활성화된다면 아주 다양한 사회적 이익이 생길 수 있다. 당장 에너지 소비가 줄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어들며,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 감소로 각종 의료비용이 줄어든다. 원격근무는 지금보다 더욱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또 단순히 컴퓨터를 가지고 집에서 일하는 것으로 한정되지도 않을 것이다. 오늘날 구글이나 베스트바이와 같은 대기업은 출근카드를 찍지 않는다. 아무 곳에서나 아무 때 일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혁신적인 기업들은 일과 출근을 동일시 하지 않는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원격근무가 곧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을 여전히 버리지 못 한다.
이규성 기자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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