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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온라인 시대, '오프라인' 가족

최종수정 2011.01.16 10:00 기사입력 2011.01.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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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IT기기로 인해 인간관계가 상처입고 있는 10가지 징후 관심끌어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집에 퇴근하니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고 있고 중학교에 막 들어간 딸은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채팅에 여념이 없다. “아빠 왔어?”라는 말과 함께 잠깐 눈을 마주친 것이 전부다.

나 역시 거실에 앉아 스마트TV를 켠다. 최근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잠시 보고 있자니 저녁이 준비됐다. 간단하게 마련된 식사자리에서도 아이들은 말이 없다.

딸 아이는 그때까지도 스마트폰에 올라오는 친구들 문자에 히죽히죽 웃는다. “뭐 재밌는 일 있어?” 라고 묻자 “아빠는 이야기해도 모른단다.

아들놈이 처음 입을 열었다. 스마트폰으로 바꿔달라고 한다. 안된다고 하자 뾰로통해져 입에 자물쇠를 채워버렸다. 아내가 아이들에게 눈을 흘기지만 아이들의 시선은 나와 아내에게 좀처럼 향하지 않는다.

아내는 최근 사준 아이패드에 빠졌다. 설거지를 마친 아내는 헤드폰을 낀 채 뭘 하는지 몰라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
그렇게 2~3시간이 흐른 후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지만 여전히 각자의 침대 머리맡에는 노트북, 스마트폰, 아이패드가 하나씩 놓여있다. 나 역시 최근 구입한 갤럭시탭으로 회사 이메일을 체크하다 아내에게 ‘잘 자’라는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꿈 속으로 빠져들었다.

우리나라, 또는 세계 어디에서라도 이 같은 가정의 모습은 이제 드물지 않다. 첨단 IT기기로 무장된 현대인들은 문자로, 채팅으로, 이메일로 ‘소통’을 외치지만 정작 가족관계는 ‘오프라인’이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당신의 IT기기가 가족관계를 해치고 있다는 10가지 징후’를 보도해 관심을 끌고 있다.

10가지 징후는 다음과 같다.

1.휴대전화로 문자.이메일.통화하지 않은 채 식사시간을 마친 적이 없다.

2.당신은 이메일을 확인하면서 TV를 보는 등 한번에 1개 이상의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다.

3.파트너나 가족이 옆에 있는데도 전혀 시급할 것 없는 이메일이나 문자를 정기적으로 보낸다.

4.휴대전화를 옆에 놓고 자고 침대에서 문자나 이메일을 체크한다.

5.잠자는 동안에도 컴퓨터는 켜둔다.

6.사랑하는 이들과 당신의 IT사랑에 대해 논쟁을 벌인 적 있다.

7.운전하는 중에 문자나 이메일을 보낸다.

8.외출하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

9.휴대전화 전원을 결코 끄지 않는다.

10.가족들이 모여있을 때 모두들 각기 다른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다.(휴대전화, 태블릿PC, TV 등)

WSJ 보도에 따르면 주부 브로드낵스씨는 작년 11월 한가지 결심을 했다. 일주일동안 가족들에게 모든 컴퓨터화된 기기들을 포기토록 한 것이다.

그녀는 그리고 저녁식사시간에 가족들이 좋아하는 치킨라이스를 요리했고 테이블에 촛불까지 올려 분위기를 한껏 잡았다.

그러나 막상 모두가 테이블에 모였을 때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아무 가족도 알지 못했다. 아이들은 하던데로 묻는 질문에 '예스' 또는 '노' 등 단 한마디 말뿐이다.

심지어 이를 제안한 브로드낵스씨마저 불편함을 느꼈다. 서먹한 분위기에 정성스럽게 준비한 초콜릿 디저트 먹는 것을 까먹었을 정도다. 식사후 아들은 침대로, 딸 아이는 주방에서 인형놀이를 했다.

WSJ 보도가 아니더라도 유난히 첨단 IT기기에 열광하는 마니아층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TV가 전통적 가족 유대관계를 붕괴시키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는 일평균 1.9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또 하루평균 58.2분동안 인터넷 접속을 하고 10명 중 6명이 SNS를 사용했다. 그 이유도 스마트폰을 항상 갖고 다니기 때문이라는 답이 72.7%에 달했다.

첨단 IT기기는 소통을 원활히 해준다. 그러나 정확히 표현하자만 빠르고 편리하게 해 줄 뿐이다. 어디서나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족관계는 빠르고 편리한 것이 중요치 않다. 얼굴을 맞댄 대화가 기초가 돼야 한다.

"가정은 사람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표시할 수 있는 장소다." 세계 3대 전기작로 꼽히는 프랑스의 A. 모루아의 널리 알려진 명언이다.

스마트폰을 통해 아무리 '하트(♥)'기호를 날리고 문자로 수백통을 가족간에 전송해도 하루 저녁 눈을 마주보며 맘 터놓고 진솔한 대화를 하느니만 못하다. 그 대화가 심지어 남북대치상황을 연상케 하는 평화스럽지 못한 긴장으로 가득 차 있더라.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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