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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세련된 처신'이 아쉬운 한국금융 삼륜(三輪)

최종수정 2010.11.25 10:19 기사입력 2010.03.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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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만약 제가 독자 열분 중 다섯분에게 멋진 머그잔을 드리고 나머지에게는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머그잔을 받지 못한 분께 머그잔을 돈을 주고 사도록 부탁하고 머그잔을 받으신 분은 이를 팔도록 유도합니다.

그렇다면 실제 머그잔을 사고 파는 경우가 많이 나올까요?

베스트셀러인 ‘넛지’(행동경제학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관련 참고서적)에 따르면 머그잔을 팔려는 사람은 사려는 이보다 가치를 2배 가량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 성사되는 거래가 많지 않다고 합니다.

이는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포기해야 할 때 동일한 것을 얻었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두 배로 큰 상실감을 느끼기 때문인데요, 이를 '손실기피 현상'이라고 합니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금융사 감사자리 독식을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원을 스카우트하는 것이라고 평가하지만 외부에서는 감독권력의 남용이라고 비난을 하기도 합니다.
우연히 저는 약 3주전 한국은행에서 금융감독원으로 출입처를 옮기게 됐습니다.

한은 인사들은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사 감사를 갈 수 있어 행복하고 부럽다고 했습니다.

금감원 인사들은 정년이 보장되는 한은이 오히려 편할 수도 있다며 감사를 가더라도 어차피 정년까지 밖에 일을 할 수 없다고 토로합니다.

‘누가 말이 맞을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 던져보다 일반 직장인들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경제가 감기가 걸릴 때마다 마치 코 풀어버리듯 겨나가야 하는 회사원들. 그나마 그런 회사마저도 들어가지 못해 지금도 파트타임으로 하숙비라도 벌어보겠다는 청년 백수. 과외비 한푼이라도 벌어보겠다며 마트 계산원으로 취직한 가정주부.

이들과 고시만큼 합격하기 어렵다는 한은과 금감원 직원의 사회적 신분을 따지면 조금은 무리가 있는 것일까요?

시중은행 출입을 수년간 한 기자로서 금융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감사에 감독기관 출신 인사를 앉히는 것은 자발적 판단 비중이 커보입니다. 외부인사 중 감사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고 때로는 대외창구역할을 할 수 있는 좋은 경력을 가졌기에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매년 설맞이 기사를 쓰듯 명단만 바꿔가며 무조건 금감원 낙하산을 꼬집는 것이 타당한가 의문을 품게 됩니다.

한은 직원들이 정년을 보장받는 몇 안되는 직장 중 하나지만 국가경제 중추기구인 통화운용 독립기관으로서 전문성을 고려하면 그 정도의 예우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역시 조직이 분리된 후 이런 저런 속앓이를 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다만, 세 기관이 최근 정보공유와 한은법 등을 놓고 서로 으르렁대는 모습처럼 상대방이 가진 것을 내가 가져와야 하고 나는 절대 뺏기면 안되는 ‘머그잔 거래’와 같은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국경제가 가는 방향과 속도를 조절하는 통화정책기관, 감독당국, 그리고 금융정책당국의 손발이 잘 맞아도 우리 경제는 글로벌경제 영향으로 급발진과 급제동의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처지입니다.

속 마음 깊이 풀 수 없더라도 최소한 ‘앙심’이 얼굴표정에까지 드러나서는 곤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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