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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엘크의 뿔과 한국금융업계의 분란

최종수정 2010.11.25 10:19 기사입력 2010.01.1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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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엘크의 뿔과 한국금융업계의 분란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시골의 한 촌로(村老)가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피려 보니 불씨가 꺼져 있었습니다. 당혹스러워하며 이 촌로는 초롱을 든 채 깜깜한 밤을 뚫고 한참 떨어져 있는 옆집을 찾아 사정을 이야기하며 불을 좀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옆집 주인이 이상한 눈으로 이 촌로를 바라보며 “당신이 들고 온 그 등불은 불이 아니고 뭐요?”라며 되묻습니다.

이같이 우리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행복이나 능력, 또는 숨겨진 자질을 보지 못한 채 환경이나 조건 등을 탓하며 세월을 보냅니다.

작년 한 해를 돌아보면 금융권의 분란이 끊이지 않았고 올 들어서도 불협화음은 여전하게 보입니다.

국회까지 뜨겁게 달궜던 한은법 개정문제가 그랬고 KB금융의 회장 사퇴와 후보선임, 연기 등은 지금도 섣불리 손 대기가 어려울 정도로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와 같습니다.

이들 속내를 소위 ‘파워게임’으로 파악하는 시각이 많습니다. 그런데 대외적으로는 다들 한국경제를 위한 것이고 금융업 발전을 위한 차원의 논란이라고들 이야기하며 한결같이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말합니다.
일련의 금융계 분란과 관련해 경제기자로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문뜩 ‘엘크의 뿔’이 떠올랐습니다.

일부다처제인 엘크(사슴과 동물 중 가장 큰 종)는 거대한 뿔을 이용해 암컷을 두고 다툰다. 이 뿔은 많은 암컷을 거느리게도 하지만 포식자를 피해 달아날 때 숲에 걸려 이들의 생존조차 위협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일부다처제인 엘크(사슴과 동물 중 가장 큰 종)는 거대한 뿔을 이용해 암컷을 두고 다툰다. 이 뿔은 많은 암컷을 거느리게도 하지만 포식자를 피해 달아날 때 숲에 걸려 이들의 생존조차 위협하는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엘크는 현존하는 사슴 중 가장 큰 것으로 주로 유럽에 분포합니다. 그런데 이 엘크는 코끼리물범 등 일부다처제를 고수하는 다른 종과 마찬가지로 암컷을 얻기 위해 다른 수컷들과 결투를 벌입니다.

이 싸움에서 주요 사용하는 무기가 바로 거대한 뿔입니다. 뿔이 클수록 싸움에서 유리하기 마련이고 그만큼 더 많은 암컷을 거느립니다.

그런데 거대한 뿔이 항상 좋은 것 만은 아닙니다. 서식지인 나무가 울창한 숲에서 늑대 등 포식자를 피해 달아날 때에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커다란 뿔은 암컷을 맘껏 거느리는 개체에는 유리하지만 종의 생존에는 불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에게 있는 권력으로 잘할 수 있는 것보다는 남으로부터 빼앗아오는 권한으로 할 수 있는 일을 더 크게 봅니다.

자신의 권한이 커지면 커질수록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거느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권한이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데 결정적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합니다.

안분지족(安分知足)이 미덕인 시대는 지나갔다고 믿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것을 가질수록 더욱 행복해 질 수 있다고 맹신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이미 고리타분해진 ‘금융허브’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그나마 지금 겪고 있는 내홍이 현재의 금융업 수준조차도 떨어뜨리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오늘 오전 하늘 하늘 내리는 백색 눈꽃이 하얗게 보이지 않는 것은 탐욕으로 인해 금융위기가 발생했는데 오히려 한국 금융업계에서의 ‘욕심’은 지칠지 모르는 체력을 과시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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