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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스마트폰 세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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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이게 뭐냐. 이거 돈 나가는 거 아니지?"

스마트폰을 갖게 된 할머니가 습관적으로 물으시는 말이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카톡'이나 문자가 올 때면 어김없이 연락을 해오셨다. 앱 하나를 잘못 눌러 "이상한 화면이 나온다"며 걱정도 하셨다. "요샌 어른들도 다 이거 써요. 카톡으로 친구들과 대화하시면 좋아요"라며 굳이 좋은 전화기 필요없다는 할머니를 설득해 손에 쥐어드렸지만, 결국 한 달을 못 넘기고 2G폰으로 되돌아가셨다.
필자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닌 것 같다. 어르신들에게 스마트폰은 일종의 '포비아'다.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하는 자식들이 고맙지만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은 언제나 두려운 법이기 때문이다.

노년층이 스마트폰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통계로도 입증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17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를 보면 스마트폰(87.1%)의 60대의 보유 비율이 73.6%로 전년(60.3%) 대비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필수 매체로 생각하는 비중은 19.6%에 불과했다. 70대 이상의 스마트 보유 비율은 25.9%이며 필수매체로 생각하는 비율은 4.4%로 나타났다. "갖고는 있으나 잘 안 쓴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스마트폰 화면에 글씨가 너무 작은 것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분도 있으며, 사용법에 대한 교육 부재와 노년층을 위한 콘텐츠 부재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요금폭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일 것이다.
2016년말 한국소비자보호원은 어르신 대상의 실버요금제가 일반요금제보다 요금폭탄에 맞을 확률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실버요금제에 포함된 데이터 제공량이 60대 이상 어르신들이 실제 사용하는 평균 데이터 사용량(2.79GB)보다 적어, 요금이 더 부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르신들이 단순히 뉴스나 지인들의 요금폭탄 사례를 접하고 스마트폰 사용을 꺼리는 게 아니라, 본인이 요금폭탄을 경험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기도 하다.

보고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개선되고 있지 않다. SK텔레콤의 시니어 요금제 중 데이터 제공량이 가장 많은 것은 월 4만4000원에 2.2GB다. LG유플러스도 월 1만6500~3만7400원을 내면 200MB에서 1GB의 데이터를 주는 요금제를 판매한다.
데이터 제공량이 좀 더 많은 요금제는 KT에 있다. 지난달 새로 나온 시니어 요금제는 최대 월 4만4000원에 4GB의 데이터를 제공한다. 통화도 무제한이다. 4만9390원에 데이터 3GB를 제공하는 일반요금제보다 저렴하다. 65세 이상 기초연금 수급 어르신의 경우 정부의 취약계층 지원 법안 통과시 월 1만1000원의 요금 감면까지 받을 수 있어 실제적인 통신비 인하가 예상된다.

KT가 복지 사각지대에 내몰린 노년층을 구원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시니어 요금제는 이통사의 실적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 저가요금제에 속한다. 이통사 간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시장이라는 얘기다. 다만 최근 이통사들이 '고객'을 외치며 요금제 개편에 적극 나선 만큼 사각지대에 머문 이들을 위한 기발한 요금제도 출시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부가 보편요금제 등 요금제를 강제하지 않아도 기업이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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