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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코타키나발루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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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코타키나발루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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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지난주 가족들과 다녀온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에서는 아무일도 생기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그 어떤 사건 사고 없이 무사히 머무르다 왔다는 얘기다.


일등공신은 차량공유 서비스 '그랩(Grab)'. 성공적인 휴양의 조건은 현지 날씨와 이동 편의성이라고 생각하는 내게 동남아시아는 항상 후자가 아쉬웠다. 특히 부모님과 미취학 아동을 대동한 여행에서는 더욱 그랬다. 대중교통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택시나 그 외 바퀴가 둘 셋 달린 이동수단들은 온갖 바가지와 이를 피하기 위한 흥정으로 에너지를 쓰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동남아 대부분 국가에서는 그랩을 이용해 저렴하고 편하고 안전하게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거의 혁명과도 같은 변화였고, 관광지로서의 경쟁력은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었다.

같은 시간, 한국은 수년 째 탈것의 변화를 두고 공회전 하고 있다. 새로운 이동 수단의 진입과 이를 온 몸으로 막는 택시 업계의 갈등 때문이다. 카풀 서비스의 경우 대타협기구가 유연근로제라는 사회적 시류를 완전히 거스른 사실상 별 의미없는 합의안(출퇴근 시간만 제한적 허용 등)을 내놨고, 승차 공유서비스인 타다 정도가 거센 반발 속에서 시장에 진입하는 중이다.


이 갈등의 결론에 택시업계 종사자들의 생존권이 달려있다는 것은 잘 안다. 제조와 서비스업을 통틀어 보기 드물게 60대 이상이 종사자의 과반을 차지하다 보니 기술적 변화에 적응하기 힘들고, 권리금 격인 택시면허 거래금액 하락으로 실제 투자금 대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세부적인 법과 제도, 시장의 규모, 이용자의 특성 등이 동남아와는 달라 "우리도 당장 도입하자"고 주장할 수 만은 없다.


그러나 이럴 때에 가장 우선적으로 작동해야 하는 것이 원칙과 시스템이다. 없다면 이 같은 갈등을 계기로 정비하면 된다. 합법의 틀 안에서 경쟁하고 개선하고 누군가 도태되는 것은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동네 치킨집도, 일반 직장인도 피할 수 없는 모든 산업의 원칙이다. 이 과정에서의 불편과 기다림을 대한민국의 탑승객들은 이미 오랜 기간 인내했다. 그러나 이용자를 볼모로 삼아 특정 산업과 정치권이 밀당을 하고 있는 지금의 모양새로는 더 이상 인내를 요구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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