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에세이 오늘]이지 라이더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허진석 부국장

허진석 부국장

원본보기 아이콘

청년 둘이 오토바이를 타고 미 대륙을 가로지른다. 와이어트와 빌리. 귀에 익은 이름이다. 와이어트는 서부 시대를 수놓은 전설의 보안관 와이어트 어프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 '오케이 목장의 결투(1957)'에서 버트 랭커스터, '툼스톤(1993)'에서는 커트 러셀이 맡은 캐릭터다. 빌리는 서부의 무법자 빌리 더 키드를 생각나게 한다. 뉴욕에서 태어나 21년을 살면서 스물한 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와이어트도, 빌리도 역사에 이름을 새긴 실존 인물이다.


와이어트와 빌리는 가죽옷을 입었다. 와이어트는 미국 국기로 장식한 모던 스타일, 빌리는 전통적인 카우보이 스타일이다. 거기다 인디언 목걸이 장식을 했다. 현대를 달리는 카우보이들은 말 대신 오토바이를 탄다. 특히 와이어트는 보통 오토바이가 아니라 '초퍼'를 탄다. 앞 포크가 몹시 길어 바퀴가 저 앞에 있고 핸들을 잡으려면 어깨 위로 손을 올려야 한다. 저 유명한 '캡틴 아메리카(Captain America)'다.

와이어트와 빌리는 히피 청년이다. 마약을 팔아 만든 노자로 동부를 향해 달린다. 두 사람은 히피족 히치하이커를 만나 그가 속한 히피 공동체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유를 만끽한다. 어느 지역에서는 축제 퍼레이드에 참가했다가 오토바이를 몰았다는 이유로 구치소에 수감된다. 거기서 만난 주정뱅이 변호사 조지도 여행에 합류한다. 여정은 순탄치 않다. 숲속에서 잠을 자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의 폭력에 휘말려 조지가 죽는다. 와이어트와 빌리에게도 충격적인 최후가 기다리고 있다.


1936년 오늘 태어난 영화감독 데니스 호퍼가 연출해 1969년에 개봉한 '이지 라이더(Easy Rider)'.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대표작으로 당대 미국 사회의 단면을 들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메리칸 뉴 시네마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기성세대로부터의 단절이나 미국 사회의 부정적 현실을 문제로 다룬 영화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 '이지 라이더' '미드나이트 카우보이(1969)' 등이 손꼽힌다. 호퍼는 아서 펜, 존 슐레진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와 함께 이 장르의 거장이다.


아메리칸 뉴 시네마의 시대는 베트남전쟁, 존 F 케네디와 마틴 루서 킹의 암살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청년 세대를 분노와 절망에 빠뜨린 시대다. 젊은이들은 소비 자본주의와 사회적 관습에 반기를 들며 그들만의 문화를 추구한다. "호퍼는 자연으로의 회귀를 외친 히피 문화의 감성을 '이지 라이더'에 고스란히 담았다."(안시환) 영화는 뉴욕의 빅맨 극장에서 1969년 7월14일 개봉했다. 흥행은 대박을 터뜨렸다. 50만달러를 들인 영화가 수익 1900만달러를 냈다.

'이지 라이더'는 전통 서부극에 대한 패러디이자 반역이다. 와이어트와 빌리라는 이름은 미국 문화의 양면을 상징한다. 이들은 금과 자유를 찾아 서부로 간 개척자들의 길을 반대로 달린다. 오토바이는 범죄나 무법자가 아니라 반항하는 젊음을 대변하는 문화적 아이콘이다. 잔인할 정도로 비극적인 결말은 젊음의 패배와 기성 질서의 승리를 보여주는 듯하다. 그러나 젊음은 영원한 생명으로 되살아나며 언제나 마지막 승자임을 역사가 증명한다.


huhball@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의사출신 당선인 이주영·한지아…"증원 초점 안돼" VS "정원 확대는 필요"

    #국내이슈

  •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전기톱 든 '괴짜 대통령'…SNS로 여자친구와 이별 발표

    #해외이슈

  •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전환점에 선 중동의 '그림자 전쟁'   [뉴스속 용어]조국혁신당 '사회권' 공약 [뉴스속 용어]AI 주도권 꿰찼다, ‘팹4’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