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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즉시연금 문제, 해법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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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연금과 관련해 2018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한 3건의 민원에 대한 조정으로 법적 다툼이 진행되고 있다. 조정의 골자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매월 연금 지급 시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을 공제한다는 문구가 직접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라는 것이었다. 법적 다툼에서 표면적 쟁점은 약관 해석의 이슈로 산출 방법서 내용을 약관으로 인정하는지이지만, 더욱 근본적인 쟁점은 '보험 상품에서의 사업비 차감'에 있다.


즉시연금에서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이 필요한 것은 매월 일정 이자를 보험계약자에게 연금으로 지급하는 동시에, 만기에 납입 원금을 고스란히 다시 돌려주기 위해 보험 가입 초기에 공제된 사업비 재원만큼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분쟁조정위의 논리에 따를 경우 보험사는 만기 보험금 지급 재원을 별도로 적립할 수 없어 사업비 차감의 근거를 잃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상품의 가격에는 관리 비용이 포함된다. 상품 판매에 소요되는 인건비, 홍보비, 기타 비용 등이다.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해당 상품의 가격에 당연히 관리 비용이 포함됐다고 생각한다.


보험의 경우 이러한 관리 비용이 사업비다. 보험 설계사, 은행 창구 등 모집 종사자에 의해 판매가 이뤄지고 위험 보장을 위한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상품 판매 시에 사업비를 공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업비 책정도 보험업감독규정 등에 의해 엄격한 규제를 받는다.


국민의 기본적인 안전망 역할을 하는 공영보험에도 엄연히 사업비가 존재한다. 공영보험은 가입의 강제성과 운영 주체, 운영 근거 등에서 민영보험과는 차이가 있지만, 보험료를 받아 그 재원으로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보험의 기본 원리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보험 상품의 사업비 공제를 인정하면서도 즉시연금의 경우에는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차감하지 않고 운용한 후 이자는 이자대로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기납입 보험료)을 모두 돌려주라고 한다면, 그 자체로 모순일뿐더러 결과적으로 사업비 공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과 다름없다.


소비자 보호가 기업의 중요한 소명 중 하나라는 사실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상품의 가격에 사업비가 부가되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사람 역시 없을 것이며, 많고 적음은 둘째로 하더라도 보험 상품에서 사업비가 공제된다는 것 역시 당연한 상식일 것이다. 납입한 보험료에서 사업비를 공제한 금액으로 운영하고, 그 운영의 결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모든 보험제도의 기본 원칙인 수지상등의 원칙이다.


연금 상품이 저축 기능이 있고 은행 창구를 통해 가입했다고 해서 은행의 예ㆍ적금 상품과 동일시해 비교하는 오류를 범해선 곤란하다. 단기간 이자율만 보장하는 은행 상품과 달리 보험 상품은 장기간에 걸쳐 이자율과 더불어 사망 또는 질병을 보장하는 위험 보장이 주된 기능이라는 점에서 다른 금융 상품과 직접 비교가 불가능한 특징이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즉시연금 분쟁은 객관성 원칙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한 평균적ㆍ일반적 소비자의 기대 수준에 비춰 적합한 판단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사업비 공제를 인정받지 못해 합리적 기대 수준을 초과한 보험금을 특정 가입자에게만 지급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대다수 보험 계약자에게 돌아갈 것이다. 추가적인 보험금 지급으로 주주 이익에 반하는 권리 침해도 발생할 수 있고 법적 근거가 없는 보험금 지급으로 경영진의 배임 문제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유의해야 할 것이다.


유주선 강남대 공공인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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