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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브렉시트와 100명의 침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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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뱅크시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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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당초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예정됐던 지난달 29일. 영국 브리스톨 박물관에는 100명의 침팬지가 의원들을 대신해 하원에 앉아있는 그림이 내걸렸다. 작품명은 '위임된 의회(Devolved Parliament)'. 풍자적 거리 미술로 유명한 영국 출신 미술가 뱅크시의 작품이다.


이미 10년 전 공개됐었던 작품이 이른바 '브렉시트 데이'에 다시 전시된 까닭은 최근 브렉시트를 둘러싼 영국 정치권의 혼란,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무관하지 않다. 국민투표가 치러진 지 3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무런 합의를 내지 못하고 상대를 향한 비난과 책임 떠넘기기에 몰두한 영국 하원의 무능력을 비꼰 셈이다.

영국과 EU는 2년여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해 11월 브렉시트 합의안에 서명했지만, 이는 올 초 영국 하원의 1ㆍ2차 승인투표(meaningful vote)에서 모두 기록적 표차로 부결됐다. 뱅크시의 작품이 공개된 이날도 하원은 '탈퇴협정을 승인해 5월22일 EU를 떠난다'는 정부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과반 지지를 얻는 대안을 찾겠다는 의향투표(indicative vote)조차 줄줄이 부결 행보가 이어졌다. 2년11개월여간의 숱한 의회 표결에서 내려진 결론은, 돌고 돌아 결국 '브렉시트 연기'뿐이다.


의회의 교착상태가 이어지는 가운데 리더십 역시 사라졌다. 올 초 19표차로 아슬아슬하게 불신임 위기를 넘긴 테리사 메이 총리는 자신의 자리를 걸고서도 집권 보수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내각에서조차 쿠데타 언급이 나올 정도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은 이제 불확실성의 진원지가 됐다. '의회의 정치'를 통해 결론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사실상 사라졌다. 끝없이 이어지는 재협상 요구에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인내심이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BGM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영국 내에서 제2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답변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는 점은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

이 가운데 앞서 뱅크시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위임된 의회'와 함께 올린 글귀는 의미심장하다. "지금은 웃어라. 하지만 언젠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Laugh now, but one day no-one will be in charge)."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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