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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기 태권도는 안녕하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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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아침 우연히 태권도 다큐멘터리를 접했다. 지난달 지역 태권도협회가 승급심사비 임의 인상으로 이슈가 되어 소싯적 태권인(?)의 한사람으로 '국기 태권도는 안녕하신지'하던 차에 때마침 접한 취재물은 태권도에 대한 여러 의문과 생각을 소환해 휴일 한때 머리가 복잡했다.


태권도의 역사는 깊다. 고래부터 행해졌었고 고분벽화 등 여러 문화유산에 흔적을 많이 남겼다. 고구려 벽화에는 맨손 무예를 하는 모습이 보이고, 신라의 석굴암에는 금강역사가 있다. 백제의 맨손 무예는 일본에도 전래됐다. 고려시대는 '수박희'가 사서에 자주 등장하고, 조선의 풍속도는 '태껸'을 떠올리게 하는 현대적 경연 모습까지 있었음을 알려준다.

근대를 맞아 자력으로 발전했으면 좋았을 것을. 일제강점기에 저항의 상징처럼 탄압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태권도는 일거에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명칭만도 '당수도' '공수도' '수박도' '태견도'와 같이 분분했고, '태수도'로 수렴되었다, 지금의 '태권도'로 공식 명명된 시기는 1965년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현대식 명명법과 이론의 정립, 대중화에는 헌정사상 필연적으로 초대정부와 이후 군사정권의 관여가 있었을 것이고, 무술의 특성상 군 또한 깊이 연관되었으리라. 또한 전통무술의 표준화에 논쟁과 이견은 필수이고, 현대사가 그렇듯 이데올로기와 진영논리 또한 더해지게 마련에, 각종 대회나 사범의 양성 등에 이권과 알력의 격돌도 있었으리라.


그래서일까. 세계 태권도계는 대한민국이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WTF)과 북한이 포함된 국제태권도연맹(ITF)으로 양분되어 있다. 여기서 이념과 정치적 논의는 피하고 싶다. 세계 유일 분단국인 우리에겐 한뿌리에서 나와 나뉜 것이 많다. 태권도는 그중 가장 시각적이고 국제적이며 역사와 경과도 있고, 양측이 때때로 만남을 이어왔던 유니크한 분야란 생각도 든다.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으나 태권도는 언젠가 단일화한다. 그 과정에 민간과 스포츠 차원의 부산물이 많을 것이다. 통일에 대한 대비, 통일 후의 한반도를 떠올리면서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확대하면 우리 사회의 전역이 같은 과정을 필요로 한다. 언어나 역사, 교육문제 또한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므로 진전될수록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길 것이다.


필자는 2017년 무주 세계태권도선수대회를 현장에서 관람했다. 거기서 본 남북 태권도 시범단의 모습에는 차이가 있었다. 시범만큼은 무술 자체의 매력을 잘 간직한 북한 태권도의 시범에 훨씬 더 많이 눈이 갔다. 이 시범은 텔레비전으로도 소개되어 많은 이들에게 무술 태권도의 강력한 매력을 전했다.


교육 관계자 입장에서 태권도에 대한 바람 몇 가지를 적어본다. 첫째, 현란한 발재주를 뽐내는 '겉멋형 시범'보다는 진정한 무도다움을 기대한다. 둘째, 선수들이 '발 싸대기(?)'에 급급하게 만드는 '점수형 경기' 방식을 개선했으면 한다. 셋째, 우리 주변의 수많은 태권도장이 보습학원과 같은 '생계형 교육 상품'에 그치지 않기를 희망한다.


우리나라는 K팝, K드라마 등 명실상부한 문화 수출국이다. 사실 문화 수출의 원조는 다름 아닌 '국기 태권도'일 것이다. 거시적으론 세계 태권도 양 진영이 시대 흐름에 앞설 필요가 있다. 미시적으로는 "태권도는 어디서 배워야 하느냐?"는 외국인들의 물음에 쉽게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내년이면 일본 도쿄에서 하계올림픽이 열린다. 일본 무술인 '가라테'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어 세계인들은 한국과 일본의 전통 무술을 한 도시, 한 대회에서 비교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우리의 '국기 태권도'가 어떻게든 뛰어난 무예로서 세계인의 찬사를 계속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러한 바람은 본질과 기본, 역사성과 시대성에 대한 요구를 포함한다.


임호순 충남삼성학원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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