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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욕망의 배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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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50원짜리가 1만원이 된다? 불가능하다. 자연 상태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경제 체제에서는 실제로 일어나기도 한다.


1717년 프랑스에서 미시시피강 하류 지역 식민지 개발권을 가진 미시시피 주식회사가 설립됐다. 사장은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였던 존로였다. 신대륙에 대한 기대감이 눈덩이처럼 부풀 때였다. 언제나 그렇듯, 새로운 발견은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이익의 환상도 함께 가져다준다. 이에 더해 금광 개발이라는 달콤한 선전은 치명적인 유혹이었다.

때로 인간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미시시피사 주식은 50리브르(옛 화폐단위)에 발행됐는데 1719년 말에는 1만리브르를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당시 프랑스 귀족과 사업가 등은 미시시피사 주식 사들이기에 혈안이 됐다. 귀부인들이 길에서 존로의 마차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개발하겠다던 지역은 늪지 위주로 그만한 가치를 가진 곳이 아니었다. 금광 개발은 이뤄지지도 않았다. 실체가 없이는 오래 지속될 수 없음이 당연하다. 주가는 그야말로 곤두박질쳤고 결국 휴지조각이 됐다. 그 때도 마찬가지였다. '큰 손'들은 그나마 빨리 빠져나왔다. '개미'들은 최후의, 최악의 패배자가 됐다.


미시시피 버블 사태는 권력과의 유착 관계에서 발생했다. 당시 프랑스 왕정의 재정은 파탄 지경이나 다름 아니었다. 부채가 30억리브르인데 연간 재정 수입은 1억6500만리브르에 불과할 정도였다. 존로는 정부 채권을 사들여 부채를 갚아주는 대가로 지원을 받아냈던 것이다. 그는 프랑스 정부의 금융 총책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많은 경우에 거대하고 비뚤어진 욕망이 활개를 치는 것은 권력과의 커넥션 때문에 가능하다.

개봉 중인 영화 '돈'의 주인공(류준열)도 눈 앞에 들이닥치는 막대한 돈 때문에, 욕망의 노예로 전락해 주식 사기의 조력자가 돼 버리고 만다. 욕망은 힘이 세다. 학습효과도 무력화시킨다. 지난해 가상화폐의 광풍은 300년 전의 욕망이 지금도 다르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2019년의 한국 사회는 욕망과 권력의 결탁 의혹들로 혼탁하기 그지 없다. 모두가 실체를 궁금해 한다. 현재는 미래의 좌표를 결정할 것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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