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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문제는 문해력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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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대변인' 발언을 둘러싼 정치판의 논란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이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블룸버그통신을 인용해 "더 이상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이야기를 듣지 않도록 해달라"고 한 데서 촉발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측은 단상에까지 몰려가 항의하는 등 즉각 반발했다. 그뿐인가. 당대표는 없어진 '국가원수모독죄'를 거론했다. 거기에 당 대변인은 하루 뒤인 지난 13일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賣國)에 가까운 내용"이라며 기사를 쓴 기자 개인까지 비난하고 나섰다. 그러다가 아시아아메리칸기자협(AAJA)이 18일 유감을 표명하자 민주당 측은 19일 "문제가 되는 표현과 기자 실명을 삭제하겠다"고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양당이 국회 윤리위원회에 서로 제소했으니 그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이 논란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보이긴 한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여럿 있다. 민주당의 반응은 여러 모로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선 문제의 발언은 외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공감을 했기에 인용한 것이겠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이 문재인 대통령을 수석대변인이라 명시적으로 규정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그 발언을 뜯어보면, 일단 '당부'의 외피를 취했다. 물론 '비판'의 뜻이 담겼겠지만 야당 원내대표로서 할 법한 '주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 나 원내대표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야단법석을 할 일은 아니다. 남북 대화를 보는 이견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도 하고, 따지고 든다면 그 타깃은 나 원내대표가 아니라 블룸버그통신이 돼야 한다. 그것도 몇 달 전 보도가 처음 나왔을 때는 이뤄졌어야 하니 여당의 이번 반발은 뜬금없기도 하다.


문제의 나 원내대표 연설 중에는 '위헌 경제' '운동권 외교' '역사독재'에 "촛불 청구서에 휘둘리는 심부름센터" 등 직접적이고 수위 높은 비판이 수두룩했다. 민주당 측은 이에 대해선 잠잠하다가 유독 언론을 인용한 수석대변인 대목에 발끈했다. 듣는 것은 읽는 것과 다르니 그들 귀엔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라는 대목만 또렷하게 들렸는지 모른다. 하지만 연설문을 살펴보면 국가원수모독죄, '매국' 운운하는 것은 문해력(文解力) 부족이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문해력이란 글을 읽고 제대로 이해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말귀를 못 알아들으면 이게 부족한 경우다. 대체로 교육 수준에 비례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른바 곡해(曲解)가 그렇다. 온라인상의 댓글에서 흔히 보듯, 서두르거나 전체를 보지 못하거나 선입견을 가지고 보면 이런 일이 벌어진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며칠 전 한 언론에선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 "서울에도 인공기(人共旗)가 휘날리게 해야 한다…"는 제목의 자못 '충격적인' 뉴스가 실렸다. 2006년 그의 저서 '인간의 얼굴을 한 자유주의자의 세상읽기'를 인용한 것이라는데 기사 내용은 좀 달랐다. "평양에는 태극기가 휘날리고 서울에도 인공기가 휘날리게 해야 서로 간의 개방도 촉진될 것"이라며 "남북이 정부 대표부를 서로 교환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이라 했다. 그걸 발췌해서 이런 식의 제목을 붙이고, 그렇게 기사를 시작한 것은 그 의도가 의심스럽거나 적어도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해석되지 않는가.


문 대통령은 북한 도발 희생자를 기리는 22일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과거 발언을 인용해 "군복 입고 쇼한다는 시각에 위축되지 말라"라고 하면 이건 모독인가, 당부인가. 누가, 어떤 죄에 해당할까.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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