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제상을 세 번 차리고 허리를 펴니
창밖이 훤하다
발인을 끝낸 장례식장 휴게실
미화부 아줌마들 의자에 앉아 잠시 쉬고 있다
신상품 속옷 광고하는 텔레비전 속
화사한 모델 배경이 온통 봄꽃이다
평소 말 없고 착실한 곱사등이 전 씨 아줌마
슬쩍 던지는 한마디
"늘씬해져서 저 옷 한번 입어 봤으면!"
불길한 앰뷸런스 경적 그치자
또 한 묶음 통곡 소리 부려진다
황급히 일어난 미화부 아줌마들
대걸레 끌고 우르르 몰려간다
왁자한 수다 밀고 긴다
노란 작업복 등 어깨 주무르던 햇살
사뿟사뿟 따라간다
■이 시를 쓴 시인은 십 수 년째 장례식장에서 조리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시는 시인이 실제로 체험한 일상의 한 단락을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런데 앞 문장에 적은 '그대로'라는 부사는 실은 잘못 쓴 말이다. 어느 글이라도 실제를 '그대로' 모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글은 어쨌거나 취사한 바이며 정도야 어떻든 꾸민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시인의 세계관과 직결된다. 그렇다면 이 시에서 선택한 바는 무엇일까? 얼른 말하기가 쉽지 않다. 삶과 죽음, 속된 욕망과 통곡 소리가 한데 생식하는 "장례식장 휴게실"은 신성함과 비루함, 영원과 찰나가 공존하는 곳이다. 이 시는 편린 하나에 세계 전체를 담고 있다고 말하는 게 올바를 것이다. 그런데 시인은 시의 마지막에서 그곳을 "사뿟사뿟" 건너가고 있다. 아뿔싸, 까먹고 있었구나. 시인은 십 수 년 동안 하루에도 수차례 죽은 자와 그를 마지막으로 만나러 온 수십 수백의 문상객들에게 밥을 지어 베풀어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오, 관자재여.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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