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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공업용 미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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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인간시장'은 1980년대 선풍적 인기를 누린 소설이다. 사회 불의에 맞선 주인공 '장총찬'에게 감정이입을 한 사람이 많았다는 얘기다. 인간시장은 당시 억눌린 사회 현실을 벗어나게 할 해방구와 다름없었다. 이 책의 저자인 소설가 김홍신의 인생도 소설만큼이나 파란만장하다.


김홍신이 정계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제2의 장총찬' 역할을 해줄 것이란 기대가 컸다. 실제로 그는 꽤 유능한 정치인이었다. 장총찬처럼 사회 약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의정활동을 이어갔다. 덕분에 각종 단체가 선정하는 의정활동 대상, 최우수상, '올해를 빛낸 정치인상' 등을 받았다.

하지만 김홍신의 빛나는 의정활동은 어떤 발언 하나 때문에 모두 기억에서 멀어졌다. 1998년 5월 한나라당 국회의원 시절 발언이 문제였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왼쪽),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운데)와 정용기 정책위의장(왼쪽),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가 1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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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도 많이 해 입을)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할 것 같다."


김홍신은 이 발언 때문에 모욕죄로 기소돼 2002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다. 공업용 미싱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김홍신을 상징하는 수식어다.

12일 국회 본회의장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발언 때문에 벌집을 쑤셔놓은 분위기였다. "대통령이 김정은 수석대변인이라는 낯 뜨거운 말을 듣지 않게 해 달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1야당 원내대표가 현직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비유한 셈이다. 발언 직후 본회의장은 고성과 몸싸움, 삿대질이 오가는 저잣거리 싸움판으로 변모했다.


정치 금도(襟度)를 벗어난 발언은 지지층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짜릿한 뒷맛을 노리고 정치 언어의 품격을 훼손하는 행동은 '집토끼 정치'의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두는 꼴이다.


정치인의 어록(語錄)은 자신의 의도와 무관하게 생성된다. 발언 당시에는 자신의 말 한마디가 정치인생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게 문제다.


1998년 5월 김홍신은 자신의 발언이 훗날 어떤 후폭풍으로 다가올지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공업용 미싱이 김홍신의 영원한 꼬리표로 남은 것처럼 김정은 수석대변인 발언은 어떤 정치인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영원히 남을지도 모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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